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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잡음 뚫고 쓴 성남 잔류 드라마 '해피엔딩'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11-30 18:02



성남FC의 K-리그 클래식 잔류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성남은 2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클래식 38라운드에서 후반 10분 터진 곽해성의 결승골로 부산을 1대0으로 꺾었다.

성남은 시즌 9승(13무16패)째를 따내며 승점 40을 기록, 인천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성남 -7, 인천 -13)에서 앞서 9위로 시즌을 마쳤다. 11위 추락을 걱정했던 성남으로써는 목표를 초과달성한 셈이다. 반면, 성남과 클래식 자력 잔류를 놓고 경쟁을 펼쳤던 경남에는 짙은 어둠이 깔렸다. 같은 날 상주에 1대3으로 패하면서 11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남은 다음달 3일과 6일 챌린지(2부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은 광주FC와 운명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올시즌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첫 해, 다사다난했다. 시즌 중 사령탑을 세 명이나 교체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혼란의 연속이었다. '베테랑' 박종환 감독이 선수 폭행 논란에 휩싸여 자진사퇴했고, 이상윤 수석코치는 감독대행을 맡은지 4개월 만에 경질됐다. 이후 팀을 이끌던 이영진 코치마저 한 경기밖에 버티지 못했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비력이었다. 심우연 이요한 등 중앙 수비수가 부상이었지만, 윤영선과 임채민이 수비진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성남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은 9월부터 구원투수로 나선 '학범슨' 김학범 감독이었다. 6년 만에 친정팀 복귀였다. "친정팀의 몰락을 두고 볼 수 없어 감독직을 수락했다. 빠른 시일 안에 팀을 정상궤도로 올릴 것"이라던 취임일성을 조금씩 지켜나갔다.

김 감독은 이미 강등 전쟁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큰 변화를 주문하지 않았다. 칭찬과 격려로 선수들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한 명의 감독이 팀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FA컵 우승이 '학범슨 효과'를 보여줬다. 성남의 자력 잔류를 이끈 결승골의 주인공인 곽해성은 "김 감독님이 오시고 형들이 하고자하는 의욕이 생겼다. 우리끼리 더 끈끈해졌다. 마지막 경기까지 오면서도 강등권에 있었는데 더 한마음이 됐다. 미팅도 하고 분석도 했다. 준비를 더 철저하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클래식 최종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사기는 뚝 떨어졌다. 구단주의 부적절한 발언때문이었다. 이재명 성남 구단주는 2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남FC, 꼴찌의 반란인가? 왕따된 우등생인가?'라는 제하의 글에서 2부 리그 강등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포기를 시사했다. 특히 마치 성남이 강등권 싸움의 현실을 맞닥뜨린 것을 부정한(?) 프로축구판 탓으로 돌렸다. 심판들의 오심으로 경기를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가뜩이나 부담을 안고 있는 선수들에게 더 부담을 안긴 꼴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잔류의 갈림길에서 스스로 환희를 만들어냈다. 강등된 ACL 출전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은 얻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희망이 피어난다. 2015년에는 클래식에서 놀 수 있게 됐고, ACL도 출전하게 됐다. "다시는 강등권 경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김 감독은 "시민구단으로 출발해서 ACL에 나가고 K-리그를 준비하려면 선수층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 성남이 타 시도민 구단의 롤모델이 되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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