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인터뷰다. 나는 이제 내 갈길을 가야 한다. 후임 노상래 감독이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
감독의 고별전을 앞두고 제자들은 감사와 아쉬움이 가득했다. 감독의 방문을 차례로 두드렸다. "스테보가 어제 방으로 찾아왔더라. 울 것같은 얼굴로 인사하더라고 했다. 이종호는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때 입었던 유니폼과 축구화에 사인을 해서 들고 왔다"고 했다. "유니폼에 편지를 썼더라. 어려울 때 오셔서 고생 많이 하시고, 부족한 저를 성장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써 있더라"고 했다. 가슴 뜨거운 메시지에 분위기가 뭉클해지자, '상남자' 하 감독은 씩씩한 농담을 던졌다. "유니폼에 편지를 써서 입을 수가 없잖아, 축구화는 신을 수 있는데…."
"젊은 선수들이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줬기 때문에 올시즌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지난 상주전에서도 베스트팀으로 선정됐다. 재밌는 경기 내용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가장 기분 좋다"며 웃었다. "두자릿수 이상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선수가 3명(스테보 이종호 안용우)이나 있고, 영플레이어, 득점왕 후보를 배출했다는 점에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상위 스플릿 빅클럽의 김승대 이재성과의 영플레이어상 경쟁에서 밀리는 모양새지만 애제자 안용우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영플레이어 후보가 하위팀에서 나오기는 사실 더 어렵다. 전북 같은 강팀들에 비해 도움을 주고 찬스를 만들 동료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록면에서는 오히려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의 폭풍 성장도 뿌듯하다. "3년간 대표선수를 배출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이종호가 가장 큰 성장을 보여줬고 센터백 임종은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홍진기 전현철 심동운 등 좋은 자원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주지 못한 점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
|
전남 서포터들은 하석주 감독과 선수들을 향한 따뜻한 플래카드를 들어올렸다. '하석주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나의 전남선수 여러분 1년동안 행복했습니다.' 전남 팬들은 올시즌 행복했다. 하석주가 지난 2년반 동안 바꿔놓은 광양의 작은 기적을 알아봤다.
노란색 플래카드를 향해 하 감독이 뚜벅뚜벅 걸어갔다. "하석주!"를 연호하는 서포터스를 향해 박수로 화답한 후 손을 잡으며 감사를 표했다. 선수들이 서포터들과 함께 올시즌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포터스들이 플래카드를 바꿔 들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습니다!' 6강전쟁 이후에도 재밌는 축구, 투혼의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진짜 프로' 하석주 사단에 대한 팬들의 인정이자 뜨거운 찬사였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