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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확인한 기성용의 존재감, 파트너도 다양해졌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11-20 06:55



기성용(25·스완지시티)의 클래스는 아시아를 넘어선지 오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90%가 넘는 패스 성공률(91.4%-EPL 선수 전체 8위)로 스완지시티 중원의 핵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령탑이 바뀌어도 기성용(25·스완지시티)의 입지는 단단하다. 지난 10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슈틸리케호 1기의 '캡틴'으로 기성용을 선택한것도 기성용의 실력과 리더십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팬들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기성용은 한국 축구의 중원에서 팬들에게 '든든함'을 선물한다. 11월에 열린 요르단, 이란과의 중동 원정 2연전에서는 기성용의 존재감은 다시 한번 빛났다.

10월에 안방에서 열린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와의 2연전에 그는 주장 완장을 달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기성용은 클래스가 다른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기성용은 파라과이전에서는 80분, 코스타리카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중원을 든든하게 지켰다. 수비의 보루였고 공격의 시작점이었다. EPL에서 3시즌 동안 쌓은 경험에 노련함까지 더해졌다. 경기의 흐름을 읽으며 패스를 넣어주거나 드리블로 적진을 헤쳐나가는 등 한층 성숙한 완급조절 능력을 선보였다. 중동 원정 2연전에서 기성용은 '난자리'와 '든자리'를 통해 존재감을 뽐냈다. 요르단전에서는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슈틸리케호가 발진한 이후 첫 결장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영(카타르SC)을 홀로 요르단전에 출격시키며 4-1-4-1 포메이션의 중간 '1'자리 맡겼다. 투박했고 역부족이었다. 공격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허리에서 패스 줄기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한국영의 중원 장악 실패로 한국은 요르단의 공격에 수차례 애를 먹었다. 기성용의 빈자리가 컸다.

이란전은 달랐다. 기성용의 컨디션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둔탁한 움직임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안정감을 선보였다. 볼 컨트롤을 앞세운 탈압박 능력으로 중원에서 볼을 지키고 점유율을 높였다. 특히 패싱력은 '명불허전'이었다. 패스는 예리했고 힘이 넘쳤다. 기성용은 구자철(마인츠)의 부진으로 중앙 공격이 활기를 띄지 못하자 좌우 측면으로 공간을 넓혀주는 롱패스로 공격 루트를 개척했다.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는 시원한 롱패스는 무득점 경기의 청량제였다. 이청용(볼턴)과 이근호(엘 자이시)에게 적시에 넣어주는 전진 패스로 공격의 매끄러움도 더했다.

경기력만큼이나 성숙함도 인상적이었다. 구자철의 교체 아웃 이후 주장 완장을 물려 받은 기성용은 이란의 비매너 플레이로 시작된 양팀 선수들의 몸싸움에서도 평소와 달리 '파이터 기질'을 감췄다.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벌인 곽태휘(알 힐랄)와 이란 선수들을 진정시키며 주장의 임무를 충실히 소화했다. '철 없던' 대표팀의 막내에서 중진으로 성장한 그는 실력에 성숙함까지 갖춘 '진짜' 한국 축구의 중심이 됐다.

이제 시선은 호주아시안컵으로 향한다. 기성용은 홀로 중원을 지킬 때보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속에서 더 큰 힘을 낸다. 관건은 누가 기성용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느냐다. 기성용은 슈틸리케호에서 치른 3경기에서 모두 다른 파트너를 만났다. 파라과이전(2대0 승)에서는 한국영과, 코스타리카전(1대3 패)에서는 장현수(광저우 부리)와 호흡을 맞췄다. 이란전 파트너는 박주호(마인츠)였다. 파트너의 특징이 다르다. 한국영과 장현수는 수비에 특화돼 있다. 이들은 중원에서 수비에 치중하며 기성용의 공격 전개를 후방에서 지원했다. 박주호는 새로운 유형이다. 기성용과 공격과 수비에서 함께 호흡했다. 수비에서는 넓은 활동 반경으로 공간을 커버했고 네쿠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란의 패스 루트 길목을 지켜냈다. 공격에서의 역할은 더 눈에 띄었다. 상대의 압박이 강해져 기성용의 활동 반경이 제한되자 박주호는 공간을 파고 들며 상대 수비수를 유인해냈다. 날카로운 왼발 패스도 번쩍였다. 소득이 컸다. 실험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상대의 전술에 따라, 기성용의 역할에 따라 파트너의 얼굴을 달리 할 수 있다. 기성용이 중심축을 지키고 있는 중원이 아시안컵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키'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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