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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25·스완지시티)의 클래스는 아시아를 넘어선지 오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90%가 넘는 패스 성공률(91.4%-EPL 선수 전체 8위)로 스완지시티 중원의 핵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령탑이 바뀌어도 기성용(25·스완지시티)의 입지는 단단하다. 지난 10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슈틸리케호 1기의 '캡틴'으로 기성용을 선택한것도 기성용의 실력과 리더십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팬들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기성용은 한국 축구의 중원에서 팬들에게 '든든함'을 선물한다. 11월에 열린 요르단, 이란과의 중동 원정 2연전에서는 기성용의 존재감은 다시 한번 빛났다.
경기력만큼이나 성숙함도 인상적이었다. 구자철의 교체 아웃 이후 주장 완장을 물려 받은 기성용은 이란의 비매너 플레이로 시작된 양팀 선수들의 몸싸움에서도 평소와 달리 '파이터 기질'을 감췄다.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벌인 곽태휘(알 힐랄)와 이란 선수들을 진정시키며 주장의 임무를 충실히 소화했다. '철 없던' 대표팀의 막내에서 중진으로 성장한 그는 실력에 성숙함까지 갖춘 '진짜' 한국 축구의 중심이 됐다.
이제 시선은 호주아시안컵으로 향한다. 기성용은 홀로 중원을 지킬 때보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속에서 더 큰 힘을 낸다. 관건은 누가 기성용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느냐다. 기성용은 슈틸리케호에서 치른 3경기에서 모두 다른 파트너를 만났다. 파라과이전(2대0 승)에서는 한국영과, 코스타리카전(1대3 패)에서는 장현수(광저우 부리)와 호흡을 맞췄다. 이란전 파트너는 박주호(마인츠)였다. 파트너의 특징이 다르다. 한국영과 장현수는 수비에 특화돼 있다. 이들은 중원에서 수비에 치중하며 기성용의 공격 전개를 후방에서 지원했다. 박주호는 새로운 유형이다. 기성용과 공격과 수비에서 함께 호흡했다. 수비에서는 넓은 활동 반경으로 공간을 커버했고 네쿠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란의 패스 루트 길목을 지켜냈다. 공격에서의 역할은 더 눈에 띄었다. 상대의 압박이 강해져 기성용의 활동 반경이 제한되자 박주호는 공간을 파고 들며 상대 수비수를 유인해냈다. 날카로운 왼발 패스도 번쩍였다. 소득이 컸다. 실험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상대의 전술에 따라, 기성용의 역할에 따라 파트너의 얼굴을 달리 할 수 있다. 기성용이 중심축을 지키고 있는 중원이 아시안컵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키'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