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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설,설,설'의 피해자는 선수단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11-19 07:00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저는 편하게 감독할 운명은 아닌가봐요."

김봉길 인천 감독의 탄식이다. 당초 무난히 강등권 탈출을 확정지을 것이라 예상했던 인천이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스플릿 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3무1패에 그쳤다. 물론 인천(승점 39)은 강등 마지노선인 11위 성남(승점 34)에 승점 5점 앞서 있어 남은 2경기에서 승점 2점만 더하면 잔류를 확정지을 수 있다. 하지만 8월 이후 맹렬한 기세로 승점을 더하던 인천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지더라도 누구보다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던 인천 선수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 선수들의 표정이 예전 같지 않다. 선수단을 흔드는 각종 '설' 때문이다.

인천은 인천시의 인천아시안게임 후폭풍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알려진대로 인천시는 인천아시안게임으로 엄청난 빚을 떠안았다. 당장 내년부터 재정지원이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원래부터 힘들었던 구단 살림이 더욱 어려워졌다. 인천은 선수단 수당도 지급하지 못한지 꽤 됐다. 여기까지는 함께 인내할 수 있다. 더 힘든 것은 실체가 없는 소문이다. '인천을 해체할 수 있다'는 해체설, '기업에 매각될 수 있다'는 매각설, '2부리그로 강제로 내려간다'는 강등설 등 '설, 설, 설'이 구단 안팎에 이어지고 있다. 소문은 쏟아지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이같은 '설'에 멍드는 것은 선수단이다. 구단의 불투명한 미래에 선수단의 분위기는 최악이다. 김 감독의 담배량만 늘고 있다. 김 감독은 "원정 6연전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 '봉길매직'의 실체는 김 감독만의 탁월한 동기부여다. 스타급 선수가 없는 인천 입장에서는 뛰는 양과 조직력, 기세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하지만 선수단을 뒤흐드는 소문으로 분위기를 잡기가 어렵다. 김 감독은 "선수단도 눈과 귀가 있다. 조그만 얘기라도 다 선수단에 들어간다. 크게 내색은 하지 않더라도 자기들끼리 좋지 않은 소문에 대해 얘기를 하다보면 얼마나 불안하겠나"라며 "내가 '그렇다, 아니다'라고 얘기해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 괜찮은데, 나 역시 정확히 알기도 어렵고,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선수들 분위기를 올리기가 더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계속되는 소문으로 멍든 것은 선수단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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