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헤란 승리의 여신은 이번에도 태극전사들에게 미소를 짓지 않았다.
경기 초반 이란이 공세에 나서면서 어려운 승부를 예고했다. 하지만 전열을 가다듬은 슈틸리케호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전반 10분 이청용이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이란 골문 왼쪽까지 접근,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문전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손흥민이 텅 빈 골문을 향해 헤딩슛을 시도했으나, 달려든 이란 수비수의 무릎에 맞고 볼이 골라인을 넘지 못해 땅을 쳤다.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 이근호가 아크 정면에서 중거리슛을 시도했으나,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하지지(페나피엘)에게 막혀 득점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전반 22분 손흥민이 아크 왼쪽에서 날린 오른발슛도 골키퍼 정면에 안겼다. 전반 30분 역습 상황에선 이근호에게 패스를 넘겨 받은 구자철이 이란 수비진 뒷공간으로 침투하던 손흥민에게 패스를 연결했으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찬스로 연결되진 못했다.
이란도 그냥 물러서진 않았다. 전반 34분에는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에스테그랄)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코너킥을 수비 뒷 공간으로 파고들던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이 헤딩슛으로 연결해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35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문전 정면에서 레자 구차네자드(알 쿠웨이트)가 왼발슛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 김진현이 막아내 위기를 넘겼다. 테이무리안이 김진현이 걷어낸 볼을 문전 오른쪽에서 오른발슛으로 연결했으나, 옆그물을 때렸다.
후반전에 들어선 한국은 이청용과 손흥민, 기성용을 앞세워 공세를 이어갔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후반 14분 구차네자드와 마수드 쇼자에이를 빼고 아즈문과 소르쉬 라피에이를 투입하면서 분위기 변화를 꾀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후반 27분 이근호 대신 박주영(29·알 샤밥)을 투입하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팽팽했던 승부는 애매한 판정으로 희비가 갈렸다. 후반 37분 한국 진영 아크 왼쪽에서 이란이 얻어낸 프리킥을 네쿠남이 오른발 프리킥으로 연결했다. 큰 퀘적을 그리던 볼은 왼쪽 골포스트를 맞춘 뒤 다시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췄다. 골키퍼 김진현이 안정적으로 볼을 잡는 듯 했으나, 문전으로 쇄도하던 아즈문이 김진현을 밀치며 머리로 공을 밀어넣었다. 명백한 파울 상황이었지만, 주심이 득점을 인정하면서 경기가 속개됐다.
이란은 승기를 잡자 시간을 끌면서 승부를 마무리 하고자 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양팀 선수들이 충돌하면서 격앙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은 막판까지 공세를 시도했지만, 결국 고개를 숙이며 승부를 마무리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