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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의 희열이 채 가시지 않았다.
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우승소감은.
김남일(이하 김)=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이다. (우승) 기분을 모르겠다. 제주전 끝난 뒤 선수들끼리 끌어안고 좋아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실감은 잘 안나더라. 그 기분은 포항전이 끝나고 (열리는 시상식에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의 도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 뿐이다.
이동국(이하 이)=전북에 와서 3번의 우승을 할 줄은 몰랐는데 현실이 됐다. 지금까지 고생해 온 선수들 뿐만 아니라 프런트, 스태프의 열정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모두가 제 역할을 해줘서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런 자리가 너무 행복하다. 나는 비록 부상했지만, 남은 일정도 후배들이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
-시즌 전 폭풍영입 탓에 유독 전북에 견제가 심할 수밖에 없었던 시즌이었다.
최=지난해 군에 입대한 선수들이 많았다. 임유환 등 큰 선수들이 많이 빠져 나가서 영입을 서둘렀던 것 뿐이다. 조직력이 완성되면 좋은 팀으로 변할 것이라는 확신은 갖고 있었지만, ACL과 병행하면서 기복이 심했다. 선수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어려움이 많았다. 잔소리를 많이 하고 다그치는 순간도 있었다. 월드컵 휴식기를 보낸 뒤 평정심을 갖게 됐다. 올해 안되면 내년에 하면 되지라고 마음을 먹으면서 자신감을 심어주게 됐다. 신형민이 새롭게 가세했고, 김남일이 부상에서 회복해 팀에 큰 도움을 줬다. 선수들의 자신감, 조직력이 회복됐다. 포항에 FA컵 패배 뒤 계속 졌다. 올해도 ACL 16강에서 져 탈락했다. 포항 원정을 단단히 준비하고 나섰다. 이동국이 팀 100호골을 기록하고 김남일-신형민 조합이 중원 싸움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 경기를 잡으면서 성적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되돌아보면 올 시즌 화려하게 상대를 압도하진 못했지만, 이겨야 될 승부에서 굉장히 높은 집중력을 보였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본다.
-시즌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은.
이=김남일이 골 넣고 좋아하는 모습을 본게 10년은 넘은 것 같다.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골 감각이 살아난 듯 싶더라. 10년 마다 한 골 씩 넣는데, 또 기다려야 하나 했다(웃음). 2호골이 중요한 경기(경남전)에서 나왔다. 패스, 몸싸움에 결정력까지 얻게 되어 훌륭한 선수가 됐다고 본다.
김=나는 나보다 주변 선수들이 너무 좋아하는 게 더 기쁘더라.
최=순간적으로 이동국이 미운 적도 있었다. 포항전에서 강수일에게 버저비터를 맞고 2대2로 비긴 경기다. 강수일의 득점 직후 이동국이 골대가 텅 비었는데도 슛을 다른 곳에 찼다. 이기는 경기를 비겼다(웃음). 하지만 이동국 때문에 이긴 경기가 더 많았다. 김남일이 경남전에 골을 넣은 날 와이프(김보민 아나운서)가 와서 울고 껴안는 걸 보니 마음이 찡하더라.
-올 시즌을 돌아보면 최우수선수(MVP)는 누가 받아야 한다고 보나.
-MVP욕심은, 팀에서 딴다면 누가 받아야 할지.
김=당연히 제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나는 되돌아보면 선수들이 차려준 밥상을 떠먹기만 한 수준이다. 아쉽게 (이)동국이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주장으로 팀을 잘 이끌어왔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랐다고 본다. 당연히 동국이가 받아야 한다.
이=팀이 우승을 하려면 혼자만 잘해서 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모든 선수의 노력, 심지어 벤치에 앉지 못한 선수들도 개개인의 역할을 잘해줘야 우승까지 갈 수 있다. 모든 선수가 받는 상이어야 한다. 한 명이 받는다면 김남일이 1순위다(웃음).
-우승에 특별히 기여한 선수가 있다면.
이=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했지만, 그 중엔 출전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이강진, 박원재 같은 선수들은 나이가 있음에도 명단에 못 들면 사람이기 때문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 훈련으로 언제든 들어갈 준비를 한다. 다른 선수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말로 표현은 못했지만, 그들이 항상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불만을 갖지 않았기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