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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시끄러운 이웃에서 무서운 이웃으로 변신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11-04 07:18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시티가 1대0으로 맨유를 이겼다. 아게로(오른쪽)가 환호하는 반면 디 마리아(왼쪽)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 = News1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맨유를 이끌던 시절 맨시티를 '시끄러운 이웃'이라 했다. 같은 도시인 맨체스터에 연고를 두고 있지만 경기력과 역대 우승 횟수 등에서는 맨유에 크게 밀렸다. 이미 전세계적인 명문 클럽이 되어있던 맨유의 입장에서 맨시티는 그저 같은 동네에 있는 작은 팀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명칭을 달리해야 한다. 더 이상 '시끄러운 이웃'이 아니다. '무서운 이웃'으로 변모했다. 맨시티는 2일 밤(한국시각) 에티하드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4~20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이것으로 맨시티는 맨체스터 더비 4연승을 달렸다.

맨시티가 무서운 이웃으로 변신한 것은 2008년부터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왕자 셰이크 만수르가 맨시티를 인수했다. 이후 거액을 투자해 스타 선수들을 긁어모았다. 6년간 이적 시장에 퍼부은 돈만 7억120만 파운드(약 1조2478억원)에 이른다. 투자의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EPL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맨시티는 2010~2011시즌 FA컵을 들어올렸다. 2011~2012시즌에는 EPL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라운드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세르히오 아게로의 골로 3대2로 승리했다. 맨유를 골득실차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에도 맨시티는 거침없었다. 2013~2014시즌에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맨유와의 맞대결에서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1~2012시즌부터 세시즌 연속 원정에서 맨유를 눌렀다. 2013~2014시즌에는 두 번 맞대결에서 3대0, 4대1로 승리하며 맨유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앞으로도 맨시티의 강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맨유는 2013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흔들리고 있다. 야심차게 선임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 경질됐다. 맨유는 리그 7위에 머무르며 유로파리그 진출에도 실패했다. 올 시즌 루이스 판 할 감독을 데려왔다. 하지만 판 할 감독 역시 맨유를 구원하지 못하고 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라다멜 팔카오와 앙헬 디 마리아, 마르코스 로호, 루크 쇼, 데일리 블린트 등을 데려왔지만 여전히 성적은 신통치 않다. 이적료로만 1억4900만파운드(약 2556억원)을 썼다. 하지만 맨시티전 패배까지 10경기에서 3승4무3패(승점 16)로 10위에 머물러 있다. 이같은 부진에 영국 언론들도 비판의 칼을 들었다. 토크스포츠 등 영국 언론들은 맨시티전에서 선발출전한 맨유 선수들 이적료 총합이 2억3340만 파운드(약 4004억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EPL 역사상 역대 최고액의 패배라며 약을 올렸다. 판 할 감독은 이같은 비난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저 경기 중반 레드카드를 받은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에 대해 "영리하지 못했다"고 볼멘 소리를 쏟아냈다. '무서운 이웃'에 연타를 맞은 맨유의 초라한 현실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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