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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전북의 승리 이끈 3가지 '지향점+변수+경험차'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10-27 07:15



지향점이 달랐다. 그리고 경기 중 대처 능력에서 차이가 났다. 마지막으로 경험차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수원의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전북의 1대0 승리는 이 세가지 요인 덕분이었다.

지지 않는 경기

경기 전 전북이나 수원 모두 '지지 않는 경기'를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늬앙스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한쪽은 은연 중에 '승리'에 힘을 주었다. 다른 한 쪽은 '무승부'에 무게를 두었다.

승리에 강세를 준 쪽은 최강희 전북 감독이었다. 최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수원한테 3점만 안주면 된다"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바로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승리에 대한 열망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이동국과 카이오 투톱을 내세웠다. 힘으로 수원을 압도하겠다는 뜻이었다.

반면 서정원 수원 감독은 달랐다. 서 감독은 "경기의 첫번째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승리가 아니면 안되는, 즉 '모 아니면 도'식의 경기는 분명 아니다"고 했다. 무승부 쪽에 비중을 뒀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전북과 수원의 승점차는 7점이었다. 수원으로서는 승리보다 패배가 더 걱정됐다. 전북에 진다면 수원은 5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승점차가 10점으로 벌어지게 된다. 사실상 우승컵을 내주게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원정경기였다. 서 감독이 내세운 선발 명단은 이런 상황을 반영했다. 수원의 중심인 산토스를 벤치에 앉혔다. 주전 원톱 로저도 선발 명단에 없었다. 대신 정대세와 이상호를 선발로 출전시켰다. 서 감독은 "둘의 몸상태가 상당히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승부에 마지노선을 두고, 후반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가 명백했다.

변수 그리고 대처

지향점이 달랐던 만큼 변수에 대한 대처도 달랐다. 최 감독은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전반 43분 주포 이동국이 수원 수비수 민상기와의 경합 도중 넘어졌다. 급하게 들어간 전북 의료진은 손으로 '엑스(X)'자를 그렸다. 경기에 뛰지 못한다는 신호였다. 최 감독은 즉각 교체 지시를 내렸다. 이동국 대신 이승기를 넣었다. 카이오 원톱 전형을 가동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이동국이 갑자기 나간 것이 변수는 맞다. 하지만 크게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고 했다. 결국 이승기의 교체 투입 역시 최 감독의 노림수 가운데 하나였다는 이야기였다.


서 감독도 같은 변수가 있었다. 전반 도중 왼쪽 수비수 홍 철이 전북 최철순과의 경합 도중 쓰러졌다. 허리를 쥐고 누웠다. 간신히 전반을 소화했다. 한계였다. 후반에 뛸 수 없었다. 서 감독은 홍 철 대신 양상민을 투입했다. 예상치 못한 교체였다. 홍 철이 나가면서 수원의 왼쪽은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전력 저하를 피할 수 없었다. 후반 27분 전북 김남일에게 골을 내준 것도 시작은 왼쪽 측면이었다. 서 감독은 "홍 철이 갑자기 빠지면서 교체 카드의 활용도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경험차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경험차'였다. 최 감독은 큰 경기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내용보다는 결과'였다. 수원의 약점인 '중앙수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볼만 잡으면 최전방으로 올렸다. 이동국과 카이오의 머리를 활용했다. 수원 선수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결국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한 순간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오늘 경기는 1골 승부라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내용보다는 결과로 이야기하자고 했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주었다"고 기뻐했다.

베테랑의 활약도 차이가 났다. 4일 전 성남과의 FA컵 준결승에 나서지 못했던 김남일이었다. 김남일은 레오나르도의 프리킥이 수원 정성룡 골키퍼 맞고 나오자 바로 골로 연결했다. 김남일은 경기 후 "수원과 우리는 목표가 다르다. 우승을 목표로 하고 여기까지 왔기에 어려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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