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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감독(68)은 지난 2월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1년 재계약이 성사된 후 한달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안지 사임 후 네덜란드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클럽으로도 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토트넘 등의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모두 거절했다. 대신 히딩크 감독은 지난 3월 박지성의 소속팀 에레디비지에의 PSV에인트호번의 기술고문으로 선임됐다. '은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졌다. 놀랍게도 히딩크 감독의 선택은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었다. 그가 한번도 거머쥐지 못한 국제무대 메이저트로피와 함께 유종의 미를 꿈꿨다.
히딩크 감독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아이슬란드전 패배 후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적인 부분을 더 체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포 로빈 판 페르시는 소속팀 맨유와 대표팀에서 모두 부진에 빠졌고, '에이스' 아르연 로번 역시 계속되는 잔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사실 브라질월드컵 당시 네덜란드는 선수들의 개인기량 보다는 루이스 판 할 전 감독이 만들어낸 시스템에 의존했다. 판 할 감독은 3-5-2, 3-4-3 등 적재적소마다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부족한 전력을 메웠다. 새틀을 짜야하는 히딩크 감독 입장에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유로 2016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히딩크 감독의 목표가 초반부터 큰 위기에 봉착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