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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 거두려던 히딩크, 최악의 시나리오 맞았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10-15 07:23


ⓒAFPBBNews = News1

거스 히딩크 감독(68)은 지난 2월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1년 재계약이 성사된 후 한달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안지 사임 후 네덜란드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클럽으로도 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토트넘 등의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모두 거절했다. 대신 히딩크 감독은 지난 3월 박지성의 소속팀 에레디비지에의 PSV에인트호번의 기술고문으로 선임됐다. '은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졌다. 놀랍게도 히딩크 감독의 선택은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었다. 그가 한번도 거머쥐지 못한 국제무대 메이저트로피와 함께 유종의 미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을 달랐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네덜란드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4일(한국시각)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라우카르타르스베르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유로2016 예선 A조 3차전에서 0대2로 패했다. 네덜란드는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1승3패의 부진에 빠졌다. 세계축구계는 불과 4개월전,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네덜란드의 전력에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이 만들 시너지 효과에 주목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난달 5일 복귀전이었던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0대2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체코와의 유로2016 예선 1차전에서도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최약체로 꼽히는 카자흐스탄과의 2차전에서 3대1로 이겼지만 경기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아이슬란드에게도 패하며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네덜란드 일간지 데 텔레그라프는 아이슬란드 경기 후 '월드컵에서 환상적인 경기가 끝난 뒤 3개월 만에 4경기에서 3패를 당했다'고 혹평했다. 네덜란드 전 국가대표 로날드 데 부어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경기를 운영하는 플랜도 없고, 팀 전체가 목적 없이 방황한다"며 "히딩크 감독의 시대는 끝났다. 카자흐스탄전, 아이슬란드전의 졸전을 이미 봤는데 더 봐야하나. 네덜란드는 늙은 히딩크 대신 젊은 감독이 필요하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아이슬란드전 패배 후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적인 부분을 더 체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포 로빈 판 페르시는 소속팀 맨유와 대표팀에서 모두 부진에 빠졌고, '에이스' 아르연 로번 역시 계속되는 잔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사실 브라질월드컵 당시 네덜란드는 선수들의 개인기량 보다는 루이스 판 할 전 감독이 만들어낸 시스템에 의존했다. 판 할 감독은 3-5-2, 3-4-3 등 적재적소마다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부족한 전력을 메웠다. 새틀을 짜야하는 히딩크 감독 입장에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유로 2016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히딩크 감독의 목표가 초반부터 큰 위기에 봉착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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