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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장현수의 '넘사벽' 눈물, '숙적' 일본은 없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9-28 19:18


역대 7번째 아시안게임 축구 한일전이 펼쳐졌다. 2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과 일본의 경기 8강전 경기에서 후반, 장현수가 페널티킥 선취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28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다. 역대 아시안게임 전적은 5승 1패로 우리의 일방적인 우세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9.28/

그라운드는 전쟁터였다.

420g의 볼을 향한 쟁탈전은 희로애락이었다. 쓰러지고, 충돌하면서도 머리와 발을 갖다댔다. 집념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승리의 여신은 85분까지 웃지 않았다. 후반 40분 마침내 처음이자 마지막 수를 던졌다. 이종호(전남)가 일본의 주장 오시마와의 공중볼 과정에서 쓰러졌다. 오시마가 이종호의 몸을 타고 짓눌렀다. 주심은 지체없이 휘슬을 불었다. 페널티킥이었다.

3분이 또 흘렀다. 키커는 한국의 주장 장현수(광저우 부리)였다. 긴장감이 팽팽했다. 관중들은 숨을 죽였고, 볼은 마침내 장현수의 발끝을 떠났다. 인천이 떠날듯한 4만3221명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골이 터졌다.

더 이상 일본은 없었다. 태극전사들이 숙적 일본을 침몰시켰다. 한국은 2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일본을 1대0으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일본의 간헐적인 공세는 있었지만 한국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후반 15분까지 슈팅수는 한국이 9개, 일본이 2개였다. 옥에 티는 있었다. 유효슈팅 수에서는 한국이 1개, 일본이 2개였다.

좀처럼 골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태극전사들은 시간이 거듭될수록 더 강해졌다. 고삐를 조이고, 또 조였다. 결국 페널티킥골로 디펜딩챔피언 일본을 꺾고 4회 연속 4강에 오르는 대서사시를 연출했다.

장현수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다. 2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그는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함께 주전 중앙수비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대회 직전 국내 평가전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의 빈자리는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가 채웠다. 그리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경계선에 섰지만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모든 것을 걸었다. 장현수의 1차적인 역할은 수비라인의 리더다. 이날 경기 시작 2분 만에 공격의 선봉 스즈키와 신경전을 펼치며 기선을 제압했다. 수비진의 마지막 보루로 사투를 벌인 끝에 천금같은 골기회를 잡았고, 환희의 역사를 썼다.

4년 전 광저우대회에서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일본을 꺾은 태극전사들의 금빛 향연은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아시안게임에서 3회 우승한 한국의 마지막 환희는 1986년 서울 대회였다. 28년 만의 금메달, 이제 4강과 결승전, 두 경기만 남았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한-일전은 한국의 독무대로 이어졌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16년 만의 아시안게임 한-일전이었다. 이날 7번째 대결을 마감했다. 한국이 6승1패로 앞섰다. '꼬마 일본'은 한국의 풍부한 경험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다. 일본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대비, 21세 이하 선수들로 진용을 꾸렸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가 없다.

이제 4강전이다. 한-일전의 환희도 잠시 접어야 한다. 한국은 30일 오후 8시 인천문학경기장에서 태국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조직력이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골결정력이다. 한국은 이날 11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은 페널티킥 한 골에 불과했다. 과정은 좋았지만 해결사가 없었다. 문전에서의 침착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집중력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야 한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은 한국의 4강행 제물이었다. 태국은 결승행을 위한 조연이다.
인천=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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