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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은 포항이 변신을 선언했다.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존 포백 스타일을 버리고 김형일-김준수-김광석으로 이어지는 스리백 라인을 구축했다. 좌우 측면 윙백의 공수 가담 폭을 늘리면서 안정적인 경기 스타일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포백을 앞세워 FA컵 2연패와 더블(리그-FA컵 동시 제패)의 역사를 썼던 포항이었던 만큼, 스리백 카드는 의외라는 평가다.
포항의 스리백은 전남전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포항은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서 가진 전남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5라운드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이날 포항은 전반 7분 문창진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뒤 전남의 압박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스리백과 윙백의 역할 분담이 적절히 이뤄지면서 전남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전반전은 준비한대로 풀어가 만족스러웠다. 후반전에는 상대 압박 탓에 수비라인이 내려가면서 좋은 패턴으로 경기를 하지 못했다"며 "전남전은 항상 어려웠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승리를 얻었다"고 평했다. 그는 "(지난 서울전에서) 경기를 잘 하고도 져 의기소침 할 수 있었는데, 잘 회복을 한 점에 의미를 둘 만하다"며 "이틀 뒤 성남전이 열린다. 성남전까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이 내린 스리백에 대한 평가는 50점이었다. 가능성은 드러내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다. 황 감독은 "(선수간) 포지션 변경은 원할했지만, 이런 점이 90분 동안 유지되어야 한다"며 "볼 관리가 되지 않으면 수비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블록을 쌓고 수비를 잘 하고 있지만, 역습에 문제가 있다. 이 점이 수세로 몰리는 원인"이라며 "조직적으로 가다듬어야 전술을 확실하게 소화할 수 있다. 수비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90분 내내 좋은 흐름을 가져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상황을 보고 고민을 좀 더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리백 활용을 두고는 "누수가 많아 임시방편으로 쓰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 만의 스타일을 찾는데 집중할 것이다. 두 가지 전술을 병행해서 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결승골의 주인공 문창진에 대해선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자신의 영향력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줬다. 계속 좋은 활약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