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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리아의 '왼발'은 어떻게 독일을 파괴했나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9-04 08:58 | 최종수정 2014-09-04 08:58



디마리아가 날이 바짝 선 왼발을 휘둘렀다. 아게로, 라멜라, 페르난데스에게 한 골씩 챙겨주더니 기어이 직접 한 골을 보탰다. 지난 시즌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묵묵히 'BBC 라인'을 보좌했던 것과는 달랐다. 4-3-3 시스템의 측면 공격수로 출격한 디마리아는 1골 3도움을 올리며 스스로 빛을 냈고, 아르헨티나는 4일 새벽(한국시각)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독일을 2-4로 꺾었다.

단순히 공격포인트 4개라는 기록의 관점에서만 이 선수를 떠받드는 게 아니다. 각각의 포인트를 올린 플레이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비로소 얼마나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왼발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도 여러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한 퍼포먼스는 디마리아의 능력치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전반 20분에 터진 아게로의 선제골. 여기에서 눈여겨볼 건 디마리아의 왼발 크로스다. 페널티박스 내 공간을 발견하자, 곧장 왼발 발등 바깥 부분으로 처리했다. 볼은 수비수들이 가장 끔찍해한다는 곳, 최후방 수비 라인의 뒷공간-골키퍼의 앞공간 사이에 정확히 안착했다. 이른바 '반대발 윙어(본인이 주로 쓰는 발과는 정반대의 측면에 배치. 즉, 왼발잡이 디마리아를 오른쪽 측면에 둬 순수 크로스보다는 중앙에서의 부분 전술을 꾀한다)'로 활용된 이 선수는 좁은 공간 속에서도 상당한 기지를 발휘했다.

볼을 잡아두는 자세가 평상시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디마리아는 보통 왼발 스윙을 크게 줄 수 있을 만큼의 거리와 각도를 확보해 키핑한다. 기본적인 볼 터치가 왼쪽을 향하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제한이 생겼다. 이미 상대 수비의 접근이 이뤄졌기에 왼쪽을 향한 또 한 번의 터치는 물리적인 충돌을 각오해야 했고, 제자리에 선 상태로 전달하기엔 오른쪽 디딤발이 지나치게 가까워 킥 모션이 나오질 않았다. 각도상 인사이드로 볼을 감을 경우 수비벽의 높이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도 문제였다.

박스 내에는 세 명의 동료가 숫자 싸움을 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방향을 전환한 백패스로 공격 템포가 꺾일 것이 불가피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디 마리아는 아웃사이드를 택한다. 그 덕에 볼이 감기는 정도는 상대 수비진과 골키퍼가 예상했던 것보다 날카로웠고, 속도까지 붙는 바람에 대처할 만한 여유를 주지 않았다. 왼발을 고집하며 반쪽짜리 선수가 될 수도 있었던 우려를 본인만의 방법으로 풀어낸 센스 있는 크로스였다.


전반 40분에 나온 라멜라의 추가골 역시 디마리아의 발을 거쳤다. 끝줄 바로 앞까지 전진했던 터라 오프사이드에 대한 부담은 없었지만, 수비 라인이 확실히 내려와 있었기에 첫 번째 골처럼 공간을 노리기가 쉽지 않았다. 무리하게 골대 쪽으로 붙여도 노이어의 영향력 내에 놓일 게 뻔하자, 아게로와 라멜라는 더 깊이 쇄도하지 않고 뒷선에서 볼을 기다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비수들에게 몸을 반쯤 돌려 상대 공격수의 위치를 체크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인 지도법. 다만 독일 수비진이 반응하기엔 디마리아가 연결한 크로스의 높이 및 강도, 그리고 라멜라의 슈팅 임펙트가 무자비할 만큼 완벽했다.

후반 2분에는 페데리코 페르난데스의 팀 세 번째 골을 도왔다. 이번에도 볼은 참 얄미울 만큼 민감한 지점에 떨어졌다. 뒤로 물러서며 경합하는 수비수는 역동작에 걸릴 수밖에 없고, 이 모든 상황을 시야에 넣은 바이덴펠러가 처리 방법을 고민할 상황. 하지만 크로스의 세밀함은 이들의 판단력을 흐려 놓았고, 점수 차를 또다시 벌린다. 이미 3도움을 올린 디마리아는 3분 뒤 본인이 직접 골을 뽑아낸다. 아랫선으로 내려와 사발레타와 연계를 펼치곤 하던 것이 결국 뒷공간의 파괴로까지 이어졌다. 톡 찍어 차 올린 슈팅으로 지난 월드컵 결승전의 복수극을 완성한 순간, 디마리아는 단연 아르헨티나의 에이스였다.

독일(1) : 쉬얼레(52'), 상대자책(78')


노이어(바이덴펠러,H.T) / 둠-긴터-회베데스(뤼디거,77')-그로스크로이츠 / 크로스(루디,70')-크라머 / 드락슬러(포돌스키,33')-로이스-쉬얼레(뮐러,57') / 고메즈(괴체,57')

아르헨티나(4) : 아게로(20') 라멜라(40') 페르난데스(47'), 디마리아(50')

로메오(안두야르,79') / 로호-데미첼리스-F.페르난데스-사발레타(캄파냐로,76') / 비글리아-마스체라노-페레즈(A.페르난데스,H.T) / 라멜라(가고,68')-아게로(가이탄,83')-디마리아(알바레스,85')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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