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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리아가 날이 바짝 선 왼발을 휘둘렀다. 아게로, 라멜라, 페르난데스에게 한 골씩 챙겨주더니 기어이 직접 한 골을 보탰다. 지난 시즌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묵묵히 'BBC 라인'을 보좌했던 것과는 달랐다. 4-3-3 시스템의 측면 공격수로 출격한 디마리아는 1골 3도움을 올리며 스스로 빛을 냈고, 아르헨티나는 4일 새벽(한국시각)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독일을 2-4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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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을 잡아두는 자세가 평상시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디마리아는 보통 왼발 스윙을 크게 줄 수 있을 만큼의 거리와 각도를 확보해 키핑한다. 기본적인 볼 터치가 왼쪽을 향하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제한이 생겼다. 이미 상대 수비의 접근이 이뤄졌기에 왼쪽을 향한 또 한 번의 터치는 물리적인 충돌을 각오해야 했고, 제자리에 선 상태로 전달하기엔 오른쪽 디딤발이 지나치게 가까워 킥 모션이 나오질 않았다. 각도상 인사이드로 볼을 감을 경우 수비벽의 높이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도 문제였다.
박스 내에는 세 명의 동료가 숫자 싸움을 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방향을 전환한 백패스로 공격 템포가 꺾일 것이 불가피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디 마리아는 아웃사이드를 택한다. 그 덕에 볼이 감기는 정도는 상대 수비진과 골키퍼가 예상했던 것보다 날카로웠고, 속도까지 붙는 바람에 대처할 만한 여유를 주지 않았다. 왼발을 고집하며 반쪽짜리 선수가 될 수도 있었던 우려를 본인만의 방법으로 풀어낸 센스 있는 크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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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분에는 페데리코 페르난데스의 팀 세 번째 골을 도왔다. 이번에도 볼은 참 얄미울 만큼 민감한 지점에 떨어졌다. 뒤로 물러서며 경합하는 수비수는 역동작에 걸릴 수밖에 없고, 이 모든 상황을 시야에 넣은 바이덴펠러가 처리 방법을 고민할 상황. 하지만 크로스의 세밀함은 이들의 판단력을 흐려 놓았고, 점수 차를 또다시 벌린다. 이미 3도움을 올린 디마리아는 3분 뒤 본인이 직접 골을 뽑아낸다. 아랫선으로 내려와 사발레타와 연계를 펼치곤 하던 것이 결국 뒷공간의 파괴로까지 이어졌다. 톡 찍어 차 올린 슈팅으로 지난 월드컵 결승전의 복수극을 완성한 순간, 디마리아는 단연 아르헨티나의 에이스였다.
독일(1) : 쉬얼레(52'), 상대자책(78')
노이어(바이덴펠러,H.T) / 둠-긴터-회베데스(뤼디거,77')-그로스크로이츠 / 크로스(루디,70')-크라머 / 드락슬러(포돌스키,33')-로이스-쉬얼레(뮐러,57') / 고메즈(괴체,57')
아르헨티나(4) : 아게로(20') 라멜라(40') 페르난데스(47'), 디마리아(50')
로메오(안두야르,79') / 로호-데미첼리스-F.페르난데스-사발레타(캄파냐로,76') / 비글리아-마스체라노-페레즈(A.페르난데스,H.T) / 라멜라(가고,68')-아게로(가이탄,83')-디마리아(알바레스,85')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