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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 '동해안 더비' 패배 쓰리지만 AG 기대 높였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9-01 06:35



울산-포항의 '동해안 더비'는 서울-수원의 '슈퍼매치'와 함께 K-리그의 명품 더비 중 하나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클래식 풋볼-라이벌' 코너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라이벌전만 다가오면 자신감이 한껏 충만해지는 선수가 있다. '고공 폭격기' 김신욱(26·울산)이다.

그럴만도하다. 기록이 말해준다. 김신욱은 최근 3년간 포항과의 5차례 대결에서 2골-1도움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두 골 모두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골이었다. 무대는 2012년과 2014년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이었다. 지난 시즌 클래식 최종전의 아픔은 포항전 승리를 더 간절하게 만들었다. 당시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면서 그라운드 밖에서 포항에 우승컵을 내주는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신욱은 30일 146번째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비장함을 드러냈다. "나는 포항전에서 패배를 경험했던 적이 거의 없다. 7월 0대2로 패했을 때도 밖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조민국 울산 감독도 김신욱을 포항전 승리의 키(key)로 꼽았다. 조 감독은 "김신욱이 떨구는 패스를 카사와 따르따가 얼마나 잘 결정지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뚜껑이 열렸다. 울산과 포항은 3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클래식 23라운드에서 충돌했다. 이날 김신욱은 조 감독의 주문을 100% 이행했다. 폭넓은 움직임을 보였다. 최전방에서 포항의 수비수를 미드필더 쪽으로 끌고 나와 공간을 확보했다. 그림자 수비를 하던 중앙수비수 김광석을 끌어내자 몬테네그로 대표 카사의 공격이 훨씬 수월해졌다. 공중도 지배했다. 포항의 장신 수비수 김형일이 부상으로 빠진 틈새를 공략했다. 수차례 위협적인 헤딩 패스를 연결했다. 필승 의지는 전반 25분 확인할 수 있었다. 적극적인 어필로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유도했다. 1분 뒤 그의 장기가 살아났다. 전반 26분 고창현의 오른쪽 측면 프리킥을 문전에서 헤딩 슛으로 연결, 선제골을 터뜨렸다. 김신욱은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 이후 코칭스태프, 동료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로 기쁨을 나눴다.

후반에는 더 적극적으로 뛰었다. 거구(1m96)를 이끌고 강력한 포어체킹(전진 압박)을 펼쳤다. 후반 21분에는 그의 진가가 더 드러났다. 2-1로 포항이 앞선 후반 21분 배슬기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높이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했다. 골보다 도움에 집중했다. 그러나 동료들의 계속된 득점포 불발에 아쉬움만 삼켜야 했다. 결국 김신욱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1대2로 역전패했다. 포항은 전반 29분 강수일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데 이어 후반 3분 김재성이 역전 결승골을 터트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실패의 아픔을 훌훌 털었다.

예열을 마쳤다. 김신욱은 골키퍼 김승규와 함께 9월 한 달간 울산을 떠난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광종호에 합류한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출격한다. 피로를 풀 틈이 없다. 당장 1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소집된다. 태극마크에 대한 김신욱의 생각은 남달랐다. 그는 "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 있다. '대표팀에 들어온 이상 개인의 영예가 아닌 대한민국의 명예를 위해 뛴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후배들에게 병역특례 혜택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위해 뛰어야 한다고 강조할 것이다. 침체된 한국 축구를 위해 그것이 첫 번째라고 느끼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욱이 포항전만큼 뛰어준다면 이광종호의 미래는 밝다. 이젠 다시 한번 국가를 위해 뛴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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