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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와 '독수리' 벤치 설전, 전쟁이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8-27 22:14


27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가 열렸다. 지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양 팀이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부차기에서 FC서울이 포항에 4대3으로 승리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는 FC서울 선수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8.27

'황새'도 '독수리'도 오늘을 위해 달려왔다.

'승리의 여신'은 두 팀 모두에게 야속했다. 1차전 90분을 필두로 2차전 90분에 이어 연장 30분에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0대0이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운명이 결정됐다.

거짓말처럼 지난달 16일 FA컵 16강전에도 승부차기 혈투를 치렀다. 서울이 4대2로 승리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진출의 환희도 FC서울이었다. 지난해 ACL에서 준우승한 서울이 승부차기에서 포항이 누렸다. 유상훈의 신들린 선방을 앞세워 3-0으로 승리했다. 유상훈은 황지수 김재성 박희철의 킥을 모두 막아냈다. 서울은 김진규가 실패했지만 에벨톤, 오스마르, 몰리나가 골을 성공시켰다.

황선홍 포항 감독(46)과 최용수 FC서울 감독(43)은 '못말리는 승부사'다. 한때 전화통화도 하고, 같이 소줏잔도 기울였다. 올해 뚝 끊겼다. 고압의 라이벌 전류가 흐른다. 고압이다. 최 감독이 지도자로 한 발 앞섰다. 2012년 K-리그를 제패한 그는 그 해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ACL에서 준우승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황 감독이 바짝 따라 붙었다. 2012년 FA컵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해 만개했다. FA컵에 이어 K-리그에서 우승하며 감독상을 차지했다. 최 감독은 전년도 수상자 자격으로 황 감독에게 지도자상을 수여했다.

올해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 감독이 도전자, 황 감독은 정상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얄궂은 운명이었다. 두 감독을 가로막은 것은 '지옥의 5연전'이었다. 지난달 9일 K-리그 클래식에서 첫 충돌, 득점없이 비겼다. 일주일 뒤인 16일에는 FA컵 16강전에 맞붙었다. 연장 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서울이 4대2로 승리, 8강에 올랐다.

서막에 불과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가 클라이맥스였다. 20일 1차전에서 다시 0대0으로 웃지 못했다. 27일 무대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겼다. 일전을 앞둔 두 사령탑 인정사정 볼 것 없었다. 일전을 하루 앞둔 26일 기자회견장에서는 서슬 퍼런 말들이 오갔다. "올 시즌 첫 목표는 ACL 우승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 전진해왔다. 우리의 전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모든 역량을 쏟아내 승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 냉정했던 황 감독이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1골을 내주면 2골을 넣겠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상대는 경고와 파울 모두 리그 1위다. 우리는 최하위다. 하지만 우리가 (파울을) 못해서 안하는게 아니다. 지난 경기에선 분위기 싸움에서 밀렸지만, 이번엔 피할 생각이 없다." 최 감독이 맞불을 놓았다.

27일 한 경기에 두 감독의 올시즌 운명이 걸렸다.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이 물러서지 않았다. 거친 플레이로 상대를 몰아쳤다. 벤치에서도 충돌했다. 전반 31분이었다. 포항 김형일의 손에 볼이 닿았다. 양측 벤치의 지근 거리인 중간지점에서 일어난 상황이었다. 최 감독은 파울이라며 두 팔을 높게 들어올렸다. 하지만 주심의 휘슬은 침묵했다. 그러자 황 감독이 최 감독을 향해 파울이 아니다라는 손짓을 했다. 최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설전을 주고 받으며 뜨겁게 대립했다.

그라운드에 정은 없다. 강력한 승부 근성만이 물결쳤다. 황선홍과 최용수의 전쟁이었다. 최용수가 웃었다. 지난해 ACL 준우승의 한을 털어내기 위해 힘찬 전진을 다시 시작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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