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새'도 '독수리'도 오늘을 위해 달려왔다.
황선홍 포항 감독(46)과 최용수 FC서울 감독(43)은 '못말리는 승부사'다. 한때 전화통화도 하고, 같이 소줏잔도 기울였다. 올해 뚝 끊겼다. 고압의 라이벌 전류가 흐른다. 고압이다. 최 감독이 지도자로 한 발 앞섰다. 2012년 K-리그를 제패한 그는 그 해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ACL에서 준우승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황 감독이 바짝 따라 붙었다. 2012년 FA컵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해 만개했다. FA컵에 이어 K-리그에서 우승하며 감독상을 차지했다. 최 감독은 전년도 수상자 자격으로 황 감독에게 지도자상을 수여했다.
올해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 감독이 도전자, 황 감독은 정상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얄궂은 운명이었다. 두 감독을 가로막은 것은 '지옥의 5연전'이었다. 지난달 9일 K-리그 클래식에서 첫 충돌, 득점없이 비겼다. 일주일 뒤인 16일에는 FA컵 16강전에 맞붙었다. 연장 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서울이 4대2로 승리, 8강에 올랐다.
27일 한 경기에 두 감독의 올시즌 운명이 걸렸다.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이 물러서지 않았다. 거친 플레이로 상대를 몰아쳤다. 벤치에서도 충돌했다. 전반 31분이었다. 포항 김형일의 손에 볼이 닿았다. 양측 벤치의 지근 거리인 중간지점에서 일어난 상황이었다. 최 감독은 파울이라며 두 팔을 높게 들어올렸다. 하지만 주심의 휘슬은 침묵했다. 그러자 황 감독이 최 감독을 향해 파울이 아니다라는 손짓을 했다. 최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설전을 주고 받으며 뜨겁게 대립했다.
그라운드에 정은 없다. 강력한 승부 근성만이 물결쳤다. 황선홍과 최용수의 전쟁이었다. 최용수가 웃었다. 지난해 ACL 준우승의 한을 털어내기 위해 힘찬 전진을 다시 시작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