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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멀티플레이어' 유지노(25)가 돌아왔다.
프로 7년차 스물다섯살 유지노에게 지난 1년은 인생 최악의 시련이었다. 연령별 대표팀,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던 엘리트 선수다. 2008년 전남에서 데뷔한 후 5시즌간 72경기에 출전했다. 2013년 성남 이적 직후 선수생명이 기로에 섰다. "운동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하면서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축구에 대한, 재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었다. 가장 힘든 순간, 부산이 러브콜을 보냈다. "부산이 나를 두고 고민해야 할 상황에 내가 오히려 더 고민했다.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다."
한번 뜬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흔들리는 유지노를 붙잡은 건 '가족'이었다. "여태껏 잘해왔는데 이렇게 그만둬서는 안된다. 1년이든, 2년이든 자랑스럽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할 만큼 해본 후,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 가족들의 호소에 유지노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나 역시 이대로 끝내기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인생을 걸었던 축구가 싫어지는 아픈 경험을 한 후 유지노는 성숙해졌다. '내려놓는 법'도 배웠다. "올해도 손목 부상이 있었고, 많이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더라.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지만 감독님을 원망한 적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경기를 뛰든 안뛰든 항상 열심히 준비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이날 부산은 0대2로 패했지만 '돌아온 유지노'의 투혼은 이슈가 됐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치 않다.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개 숙였다. "앞으로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늘 그래왔듯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유지노는 부산의 강등권 탈출을 자신했다. 2012년 전남에서 피말리는 강등권 전쟁을 경험했다. "이런 상황을 2년전에도 전남에서 겪어봤다. 그래도 그때 전남보다 지금 부산이 더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전남은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좋은 팀으로 인정받고 있다. 모든 팀에 시련은 한번씩 찾아온다. 우리는 멤버도 좋고, 경기내용도 나쁘지 않다. 이 시련을 이겨내면 내년, 내후년에는 틀림없이 더 좋은 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년을 키우는 건 8할이 바람이다. 지난 1년, 지독한 시련을 이겨낸 유지노 역시 안팎으로 더 단단해졌다. "어린 나이에 많은 연봉을 받고 외제차도 타봤다. 지금은 연봉이 반 이상 깎였다. 차도 없다. 프로라면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지만, 어릴 때는 그 소중함을 몰랐다. 지금이 더 행복한 건 아니지만,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웠다. 이 경험이 긴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더 늦었다면 못일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젊었을 때 힘든 일을 겪은 것에도 감사한다"고 했다. 프로선수로서의 꿈을 물었다. 단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프로 7년차지만 아직 스물다섯살이다. 앞으로 운동해야 할 날이 더 많다. 내가 이정도 했으니, 이정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는다. 이 정도밖에 안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최선을 다하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이 목표다. 그러다 보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꿈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가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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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