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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탄 하성민 "형 하대성 뛰어넘고 싶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8-12 07:20


사진제공=울산 현대

인천 만수북초 4학년이던 동생 하성민(27·울산)은 두살 위인 형 하대성(29·베이징 궈안)을 따라 축구선수가 됐다. 당시 대회 우승과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형이 멋있어 보였다. 동생은 '형보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축구에 매진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6년 부평고를 졸업한 뒤 경험한 프로의 세계는 높았다. 인천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지만, 2년 만에 방출당했다. 아킬레스건이 아파 경기를 거의 뛰지 못했다. 첫 번째 시련이었다.

반짝 빛을 본 것은 2008년이었다. 전북으로 둥지를 옮긴 뒤 인생의 경기를 치렀다. 하성민은 "전북 데뷔전이 기억에 남는다. 강호 성남과의 컵대회 경기였다. 당시 선발 출전해 88분을 뛰며 팀의 3대0 승리를 견인했다. 짜릿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후 백업멤버에 그쳤다. 10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2009년에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았다. 하성민은 "전북에서 백업요원이었지만, 배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최강희 감독님께서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잡아주셨다. '축구에 미쳐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축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2012년이었다. 군입대 후 박항서 감독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하성민은 "박 감독님을 만나서 많이 달라졌다. K-리그 경기에서 거의 주전으로 나갔다. 당시 기량과 경험적으로 많이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제대했지만, 팀 내에서 설 자리가 없었다. 도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올해 1월 카타르 무아이다르로 이적했다. 6개월 계약이었다. 생애 첫 해외생활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는 "카타르에선 외국인선수이기 때문에 팀 성적과 경기력에 부담이 심해지더라"고 고백했다.

동생이 산전수전을 겪고 있을 때 형은 승승장구했다. 2007년 대구 시절부터 주전멤버로 도약한 하대성은 전북을 거쳐 2010년 서울에서 만개했다. 2010년과 2012년 K-리그 우승과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이끌었다. 하성민에게 하대성은 냉철한 형이었다. "형은 나에게 축구에 관한 얘기를 단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다. 형은 항상 '축구는 자기 스스로 부딪히면서 느끼고 경험해야지 내 것이 된다'는 말을 했다."

형의 성공은 오히려 동생에게 자극제가 됐다. 하성민은 "주위에서 자주 나와 형의 살아온 길을 비교한다. 자존심은 상하지 않는다. 형이 그 동안 잘해줬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오기로 버틸 수 있었다"며 "형제간의 우애는 두텁다"고 말했다.

하성민에게는 꿈이 있다. 바로 형을 뛰어 넘는 것이다. 그는 "형이 ACL에서 우승을 못해봤다. 나는 형보다 먼저 ACL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불안한 신분이다. 울산과 계약을 6개월밖에 하지 않았다. 올시즌 활약이 재계약의 열쇠다. 하성민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를 악물고 있다. 죽기살기로 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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