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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 등장, 검을 휘둘렀다.
눈을 돌릴 곳은 없었다. '명량'의 투혼으로 서울전에서 배수진을 쳤다. 스토리도 넘쳤다. 윤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43)은 특별한 관계다. 둘은 중·고·대학(동래중→동래고→연세대)의 선후배 사이다. 천적이란 다리도 놓여있다. 수원에 이어 지난해 부산의 지휘봉을 잡은 윤 감독은 최 감독과의 대결에선 8승2무2패로 절대 우세다. 그래서 부산이 또 하나 등장시킨 카피는 '용수야, 니는 내한테 아직 아이다'이다. '아직 안된다'를 부산 사투리로 풀이했다.
'성효 부적'은 또 다른 화제였다. 지난해 부산 팬들이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까지 '입증'된 것은 강팀을 잡는데 '효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부산은 이날 대형 '성효 부적'을 제작, 관중석에 내걸었다. 깃발 4개도 별도로 등장시켰다.
최 감독도 반전이 절실했다. 서울은 6일 안방에서 울산에 0대1로 패하며 홈 3연승, 7경기 연속 무패행진(3승4무)에 제동이 걸렸다. 그룹A의 마지노선인 6위 도약을 꿈꿨지만 7위(승점 22)에 머물렀다. 6위 울산(승점 27)과의 승점 차는 5점으로 벌어졌다. 물러설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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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충돌했다. 부산이 유지노, 파그너, 한지호를 앞세워 세차게 몰아쳤다. '명량'이 힘을 발휘하는 듯 했다. 그러나 서울의 수문장 유상훈의 선방에 막혀 골과는 인연이 없었다. 후반 33분 마침내 대세가 갈렸다. 최 감독의 서울이었다. 차두리가 얻은 페널티킥을 몰리나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서울은 후반 44분 에스쿠데로가 한 골을 더 보탰다.
최 감독이 미소를 지었다. 서울은 이날 부산을 2대0으로 꺾고 6위 진입을 위해 재시동을 걸었다. 승점 25점을 기록하며 5위 울산, 6위 전남(이상 승점 30)과의 승점 차를 5점으로 줄였다.
최 감독은 '명량'의 배수진을 뚫었다. 부산에 올시즌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윤 감독과의 대결에서도 1승을 추가했다. 부산은 승점 16점에 머물렀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13일에는 FA컵 4강 티켓이 걸렸다. 윤성효와 최용수, 최용수 윤성효의 '명량'은 계속된다.
부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