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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경쟁+징크스'가 만든 명승부, 주연은 이동국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8-06 21:55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수원의 K-리그 19라운드, 화두는 명확했다. 상승세의 두 팀이 펼치는 선두 경쟁, 그리고 징크스였다. 전북은 최근 7경기 무패행진(4승3무)으로 18라운드에서 리그 선두에 등극했다. 99일만에 되찾은 1위 자리였다. 수원은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 3연승을 질주했다. 전북을 승점 3점차로 추격하며 선두 경쟁에 본격 합류했다.

경기전부터 양 팀 사령탑 사이에 묘한 전류가 흘렀다. "계속 1위 팀하고 대결을 한다.(웃음)" 3일전 포항을 꺾은 서정원 수원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포항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선 전북전을 앞둔 긴장감은 없었다. 최근 전북전 6경기 무패행진(4승2무)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을 묻자 "우리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선수들이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서 감독의 말을 전해들은 최강희 전북 감독은 더 여유가 넘쳤다. "1위하고 싸워서 이기고 싶은가보다. 분위기는 수원보다 우리가 더 좋은것 같다." 수원전 징크스에 대해서는 "징크스라고 하면 유럽에서처럼 한 40년 정도 못이겨야 징크스지. 의외의 장면만 없으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서자 두 감독의 웃음기는 싹 사라졌다. 평소 조용하게 벤치를 지키는 최 감독과 서 감독은 수 차례 판정에 항의를 하며 선두 경쟁에 치열함을 더했다. 판정 하나 하나에 희비가 엇갈렸다.

두 감독 사이에 흐르는 전류 이상으로 그라운드는 더 뜨거웠다. 1위를 향한 진검승부, 전북과 수원이 내건 승부수는 화력이였다. 전북은 이동국을 점정으로 최근 기량이 물오른 한교원과 이재성을 좌우 날개로 포진시켰다. 플레이메이커 이승기는 2선에서 공격을 지휘했다. 수원도 정예 멤버가 총출동했다. 3연승을 질주하는 동안 5골-3도움을 합작한 로저와 산토스로 공격 조합을 꾸렸다. 염기훈과 서정진이 좌우 날개로 포진했고, 김두현이 공격을 조율했다.

날카로운 창끼리 충돌하자 불꽃이 튀었다. 후반기 6경기에서 경기당 2.5골을 넣고 있는 전북과 최근 3경기에서 9골을 넣은 수원은 총 5골을 쏟아냈다. '펠레 스코어(3대2)' 승부가 펼쳐졌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와 그림같은 골들이 쏟아졌다. 주중 야간 경기임에도 1만8696명의 관중이 '라이벌'의 치열한 승부를 마음껏 즐겼다.

치열한 혈투를 빛낸 주연은 2골을 기록한 '라이언 킹' 이동국(전북)이었다. 이동국은 헤딩으로만 두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K-리그 통산 최다골 기록을 163골로 늘렸다. 또 리그 9호 득점에 성공해 득점 선두인 이종호(전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징크스의 세계는 오묘했다. 전북은 수 차례 징크스의 덫에 발목을 잡힐 뻔 했다. '의외성'을 경계하던 최 감독의 우려가 경기 초반부터 현실이 됐다. 수원의 산토스를 전담 마크하기 위해 기용된 수비형 미드필더 권영진이 전반 14분만에 교체 아웃됐다.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전북에 드리운 첫번째 어두운 그림자였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이동국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전반 23분 최철순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하며 분위기를 다시 전북쪽으로 가져왔다. 두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전북은 전반 44분 염기훈과 후반 17분 김두현에게 모두 왼발 중거리포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 징크스의 벽을 넘기 어려워 보였다. 이번에도 이동국의 머리가 전북을 구해냈다. 이동국은 한교원이 동점골을 기록한지 2분만인 후반 22분 이승기의 크로스를 다시 헤딩으로 마무리,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두 골 모두 수원의 수문장 정성룡의 다이빙을 벗겨낸 완벽한 헤딩 슛이었다. 전북은 이동국의 두 골을 앞세워 수원을 3대2로 제압하고 승점 38로 선두를 지켰다. 반면 수원은 염기훈의 그림같은 프리킥 골, 김두현의 시원한 중거리 골을 앞세워 추격을 시도했지만 연승 행진을 '3'에서 멈췄다. 수원은 승점 32로 3위에 머물렀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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