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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같은 팀이 와서 FC서울과 경기하니 내가 경기하는 것처럼 기쁘고 행복하다. 많은 팬들이 관람해줘서 감사하다."
세월이 흘렀다. 2014년 7월 30일 레버쿠젠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그의 꿈이었던 FC서울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무려 4만6722명이 운집했다. '볼보이' 손흥민 효과였다. 물론 '볼보이'는 없었다. 그는 주연 중의 주연이었다.
고교 1학년을 마칠 때쯤 그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해외유학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선발돼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로 유학을 떠났다.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지난해 레버쿠젠에 둥지를 틀었다. 특별했다. 레버쿠젠 창단 후 최고 이적료(1000만유로·약 145억원)를 경신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10골을 기록(총 12골), 두 시즌 연속 두 자릿 수 득점을 달성했다.
이날 모든 초점은 손흥민에게 맞춰졌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현란한 드리블을 선보이자 탄성과 환호가 쏟아졌다. 전반 20분과 29분, 36분과 후반 1분에 터진 강력한 슈팅에 한 여름의 무더위도 날아갔다. 비록 골을 터트리지 못했지만 그의 슈팅감각은 달랐다. 후반 5분의 폭풍질주는 차원이 다른 클래스의 단면이었다. 손흥민은 친선경기에도 불구하고 9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두 팀의 선수가 퇴장한 후에는 홀로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인사했다.
손흥민은 "K-리그를 꿈꾸던 선수였다. K-리그 팀과의 친선경기가 영광스러웠다. 선수로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 서울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서울 서포터스에게도 고맙다. 독일로 돌아가서는 감독님 밑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첫 경기부터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며 활짝 웃었다. 코치 시절 손흥민을 본 최용수 서울 감독은 "손흥민이 고 1때 인조구장에서 경기 뛰는 것을 본 이후 처음이다. 이 정도 일줄 몰랐다"며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세계적 선수와 어떻게 어깨를 나란히 하는지 볼 수 있었다. 깜짝 놀랐다. 갖고 있는 게 한 두개가 아니었다. 본인이 폭발력을 발휘하는 시점도 특별했고, 동료들과 호흡도 좋았다. 너무 좋은 선수다. 한국 축구의 큰 보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 후 엄지를 세웠다.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아픔은 없었다.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딪고 있다.
한편, 이날 친선경기에선 레버쿠젠이 2대0으로 승리했다. 전반 24분 벨라라비, 후반 14분 키슬링이 연속골을 터트렸다. 서울은 여러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지만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이날 경기 MOM(Man of the Match·경기 최우수 선수)은 키슬링과 서울의 수문장 유상훈이 공동 수상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