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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처음이자 끝이라고 생각했다. 한국나이로 30세에 출전한 생애 첫 월드컵이었다. 그 역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월드컵에 나섰다. "단 1분이라도 뛰고 싶다."
그에게 월드컵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4년 전은 눈물의 월드컵이었다. 최종예선에서 맹활약을 펼치고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 탈락의 고배를 마쳤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길에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6개월간 주변과 연락을 끊고 방황했다. 한시즌을 통째로 날린 그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2012년, 그의 축구사가 바뀌었다. K-리그 울산으로 이적,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군입대 이후, 지난시즌 K-리그 챌린지 득점왕과 MVP를 석권했다.
그는 홍명보호에 승선해 브라질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았다. 생애 첫 출전한 월드컵의 첫 경기가 반전 무대가 됐다.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통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한국에 브라질월드컵 첫 골과 첫 승점을 선사했다. 알제리전에서는 구자철(마인츠)의 골을 도우며 첫 월드컵 무대를 1골-1도움으로 마쳤다. 23인의 태극전사 중 최고의 활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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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의 월드컵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심스러웠다. 조별리그 탈락 및 부진의 책임을 지고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사퇴했다.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근호는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나'는 중요하지 않다. 결과가 너무 아쉽다.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인것 맞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말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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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