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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 결산]티키타카 시대가고, 속도의 시대 왔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7-15 06:35


ⓒAFPBBNews = News1

전술은 생물이다.

유행하는 전술이 있으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술이 태어난다. 영원히 지배하는 전술은 없다. 세월에 따라 유행은 변한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전술적으로 대단히 흥미로운 대회였다. 세계 축구의 패러다임을 단번에 바꾸었다.

지난 몇년간 세계 축구를 지배한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으로 축구에서 짧은 패싱게임을 의미)'가 몰락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은 스페인의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스페인은 유로2008부터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2012까지 사상 유례없는 메이저대회 3연패를 달성한 당대 최강국이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팀 중 하나라는 평까지 들었다.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주전들의 노쇠화 등 불안요소가 있었지만, 그래도 우승후보 이름에서 스페인을 제외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네덜란드(1대5 패), 칠레(0대2 패)에 연패를 당하며 단 두 경기만에 브라질월드컵을 마감했다.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는 여전했지만, 더이상 위력적이지 않았다.

대신 역습의 시대가 열렸다. 상대 골문까지 얼마나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됐다. 압박의 위치는 높아졌고, 볼을 뺏으면 지체없이 뒷공간으로 연결했다. 다소 지루했던 점유율 축구와 달리 보는 입장에서도 역동적인 축구가 이어졌다. 볼을 지키는 개인기 만큼이나 상대 뒷공간을 부술 수 있는 스피드 스타들이 각광을 받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많은 골이 터진 것은 이같은 역습 전술의 극대화와 연관이 있다. 스피드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네덜란드의 로번, 콜롬비아의 로드리게스, 칠레의 산체스 등은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다. 네덜란드, 콜롬비아, 칠레,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은 빠른 역습을 앞세워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물론 점유율 축구를 표방한 독일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독일은 스페인과 달리 역습속도가 대단히 빨랐다.

포메이션 트렌드도 달라졌다. 브라질월드컵은 2000년도 이후 10년을 넘게 세계 축구를 선도한 4-2-3-1의 대안이 나온 대회로 기록됐다. 4-2-3-1은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밸런스를 강화할 수 있고, 공격시에는 플레이메이커와 윙어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많은 전술가들에게 이상적인 전술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점유율에서 역습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며 상황이 달라졌다. 구시대의 전술로 평가받았던 스리백이 재조명받았다. 파이브백 변형이 가능한 스리백으로 상대 윙어의 커트인 공격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역습시 좌우 측면을 활용할 수 있어 과거와 달리 공격적인 운용도 가능해졌다. 코스타리카와 칠레, 네덜란드의 스리백은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전술 운용이 유연해지며 플랜B, 플랜C의 중요성도 각인 됐다. 이제 하나의 전술로 상대를 제압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는 경기 중에도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사용했고, 독일은 제로톱과 원톱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단조로운 전술을 구사한 브라질은 상대에게 전술을 간파 당하며 4강과 3-4위전에서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조직력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불안했지만 토너먼트 들어 끈끈한 조직력을 과시하며 결승까지 올랐다. 돌풍의 코스타리카를 비롯해 콜롬비아, 칠레, 알제리도 최고의 조직력을 자랑했다. 독일이 메시라는 당대 최고의 선수가 버틴 아르헨티나와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브라질을 잡았던 것은 선수 개개인 보다 우선인 '원팀'이 됐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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