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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겼다. 서울이 12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15라운드에서 2-0 승리를 챙겼다. 간격 유지, 라인 높이, 경기 운영 등에 묻어난 서울의 준비는 상당히 치밀했고, 그라운드 내 잘 버무려진 각각의 요소는 슈퍼매치를 이길 수밖에 없는 경기로 만들었다. 과연 최용수 감독이 "놀라운 투혼과 끈기, 인내심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라고 칭찬할 만했던 이유, 다섯 가지로 추려볼까 한다.
# 이유2. 몰리나 복귀가 가져온 것들
몰리나의 복귀는 실로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위치 자체는 쓰리톱의 오른쪽 날개였으나,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였다. 공격 과정에 획을 하나 더 그려줄 자원이 합류했다는 것,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닌 경기 내용을 통째로 바꿔 놓을 최정상급 선수가 돌아왔다는 건 서울을 다른 팀으로 만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도 효율적인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인 능력으로 부족한 공격 숫자를 상쇄할 만큼 몰리나가 쥔 공격 조합은 다양하고도 치명적이었다. 상대 수비가 밀집된 그 좁은 공간에서도 슈팅으로 골포스트까지 때리던 기량은 이미 복귀전 전남전에서부터 증명된 부분이었다.
전반 43분, 몰리나가 연결한 코너킥에서 김진규의 헤더 선제골이 터진다. '서울 공격 5명 vs 수원 수비 8명'은 코너킥 상황에서 흔히 나타나는 대결 구도였다. 김진규가 공중볼을 따라가 헤더를 하기까지의 움직임이 복잡 미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대 수비를 따돌린 뒤 러닝 점프를 하기보다는 제자리에서 경합했고, 몰리나의 코너킥 낙하지점 역시 전반전 내내 파 포스트를 향했기에 약간은 단조로운 면도 있었다. 결국엔 헤이네르의 맨마킹 실패가 컸던 장면. 헤더 타점을 철저히 방해하지 못한 대가는 혹독했다. 확실한 공격 옵션을 갖추지 못한 채 1-0으로 끌려간다는 건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엄청난 부담이었다.
# 이유4. 지친 상태로 전진한 수원
수원은 후반 시작부터 무조건 나와야 했다. 헤이네르나 신세계가 올라선 위치부터 확연히 달랐다. 여기에 고차원 대신 배기종, 산토스 대신 정대세까지 투입하며 반전을 노린다. 다만 썩 좋은 효과를 내진 못 했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 후 홍철, 오장은, 최재수 등을 거론하며 아쉬움을 표했고, 로저-정대세 조합은 상대 쓰리백을 흩뜨릴 만한 움직임을 내지 못하며 꽁꽁 묶였다. 측면도, 중앙도 닫힌 상황에서 구자룡에게 경련의 기미까지 나타난다. 볼이 정지될 때마다 불편한 모습을 드러낸 구자룡은 후반 22분 바늘로 찔러 경련을 풀던 중 역습을 맞아 실점 위기까지 내준다. 최용수 감독 역시 이를 확실히 인지했을 터다.
# 이유5. 끝내 뒷공간 파괴한 서울
수원은 중원 제어 능력도 잃었다. 서울은 세 명의 자원이 좌측, 중앙, 우측으로 나눠 뛰며 역습을 진행했는데, 횡으로 늘어선 김은선-김두현 라인은 1차 저지선 역할에 실패하며 템포를 끊지 못했다. 조성진-구자룡 중앙 수비는 뒷걸음질치며 수동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최용수 감독은 고요한, 윤주태를 차례로 넣으며 수원의 약점을 지독하게 물고 늘어진다. 스코어는 1점 차였으나, 경기 내용은 서울 수비가 어이없는 실수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뒤집기 어려워 보일 만큼 기울어 버렸다. 수원 수비가 슈팅 각도를 훤히 내준 상황에서도 추가 득점에 실패했던 서울은 끝내 '차두리→윤주태 루트'로 뒷공간을 파괴했다.
- 서울(3-4-3) : 유상훈(GK) / 김주영-김진규-이웅희(강승조,84') / 김치우-오스마르-고명진-차두리 / 몰리나, 에스쿠데로(71' 윤주태), 윤일록(67' 고요한) *득점: 김진규(43'), 윤주태(94')
- 수원(4-2-3-1) : 정성룡(GK) / 헤이네르-조성진-구자룡(권창훈,80')-신세계 / 김은선-김두현 / 고차원(배기종,57'), 산토스(정대세,70'), 서정진-로저 *득점 : X
[출처] 슈퍼매치, 서울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