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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번이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다. 그를 막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라고 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의 다짐은 킥오프 1분만에 물거품이 됐다.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그의 돌파력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센터백 듀오' 티아구 시우바와 다비드 루이스(이상 파리생제르맹)는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AS모나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이상 바르셀로나), 토마스 뮐러(독일·바이에른 뮌헨) 등 수많은 공격수들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수놓았지만, 이 남자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강의 스피드마스터' 아르연 로번(30·네덜란드·바이에른 뮌헨) 이야기다.
로번은 이번 대회 맹활약으로 4년전 악몽을 씻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로번은 네덜란드의 특급 조커였다. 후반 투입돼 번개같은 스피드로 네덜란드의 공격을 이끌었다. 네덜란드는 로번의 활약을 앞세워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이후 32년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사상 첫 우승의 꿈을 눈 앞에 뒀다. 상대는 스페인. 하지만 '결승 진출의 주역' 로번이 발목을 잡았다. 로번은 이케르 카시야스와의 1대1 찬스를 놓치는 등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 결국 네덜란드는 스페인에 무릎을 꿇었다. 로번은 절치부심에 나섰다. 항상 그를 힘들게 했던 부상 악령을 씻었다. 대표적 유리몸이었던 로번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체계적인 몸관리를 하며 전성기보다 더 강인해졌다. 로번은 두번의 연장전을 치르면서도 변치않는 스피드를 과시했다.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던 로번은 3골-1도움 기록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그의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번은 브라질전 후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 몸이 허락하는 한 대표팀 경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더 큰 영광을 위해서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