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득점선두'이종호, 8골 중 6골이 전남 살린 골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7-11 11:05





'광양루니' 이종호가 9일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팀의 3대1 대승을 이끌었다. 전남유스로는 처음으로 전남에서 100경기를 돌파한 역사적인 이날, 멀티골에 힘입어 이종호는 '포항 골잡이' 김승대(7골)를 한골차로 제치고 K-리그 클래식 득점선수에 우뚝 섰다. 1년차인 2011년 21경기에서 2골3도움, 2012년 33경기에서 6골2도움, 2013년 33경기에서 6골4도움을 기록했던 이종호가 4년차인 올해 14경기에서 8골1도움을 기록중이다. 최근 5경기에서 5골1도움, 경기당 1골의 '경이로운 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골 기록을 바탕으로 골 폭풍의 비결을 분석했다.

이종호 골 폭풍의 비결

하석주 전남 감독은 "안용우 스테보 현영민의 영입후 이종호에게 양질의 골 찬스가 많이 생기면서 골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호의 골 폭풍은, 지난 겨울 전남의 폭풍영입 덕분이다. 양질의 크로스와 킬패스를 찔러주는, 빠르고 영리한 동료들과의 협업이 결실을 맺었다.

또하나의 비결은 멀티 포지션이다. 맨유에서는 중앙, 잉글랜드대표팀에서는 측면공격수로 나서는 웨인 루니처럼 이종호 역시 전남에서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다. 이날도 선제골 허용후 중앙의 박기동과 자리를 바꾼 직후 골이 작렬했다. 하 감독은 "좋은선수의 요건은 멀티포지션 소화능력이다. 올시즌 중앙이 더 익숙한 이종호에게 측면에서 상대를 제치는 부분을 주문하고 있다. 측면에 서면서 골이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 감독이 원하는 내용을 잘 알아듣고, 노력하고, 성장해주고 있어 고맙다"며 흐뭇함을 표했다. 골 루트도 다양하다. 올시즌 이종호가 기록한 8골중 4골은 왼발, 2골은 오른발, 2골은 머리에서 나왔다. 포지션도, 방법도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전천후 공격수다.

이종호는 지독한 노력파다. 지난해 원톱으로 나설 땐 틈만 나면 이동국의 비디오를 리플레이했다. 올시즌 측면에 자주 나서면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마드리드)의 비디오를 교본 삼았다. 국내선수로는 고무열(포항), 윤일록(서울) 등 움직임이 좋은 동료들의 비디오를 섭렵했다. 동료를 활용할 줄도 안다. 이종호는 동계훈련 내내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킥과 패스습관을 주의깊게 연구했다. "어차피 확률 게임인데, 동료들의 스타일을 알면 알수록 골을 넣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예전엔 자신의 플레이만 했다면, 이젠 동료를 활용한 플레이, 동료의 장점을 살리는 상생의 플레이를 할 줄 안다. "선수별로 크로스의 탄도, 좋아하는 패스의 길이를 다 꿰뚫고 있다. 공격할 때 늘 그부분을 생각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종호는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프로 초년병때는 과욕과 패기, 파워로만 밀어붙였다. 프로 4년차, 이제 적당히 힘을 뺄 줄도 안다. 프로 100경기도 결연하게, 그러나 부담없이 나섰다. "그냥 똑같은 경기 중 하나다.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내 역할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직전 그라운드를 수놓은 팬들의 100경기 축하 플래카드와 맘맞는 동료들의 응원은 이종호의 투지를 북돋웠다. "경기 전 몸을 푸는데 (송)창호형이 지난해 대구에서 100경기때 골을 넣었다고 얘기하면서, 너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게 힘이 됐다. 형이 골 직후 달려와서 '내말 맞지!'를 외치더라"며 활짝 웃었다.

이종호 8골의 순도

이종호가 올시즌 기록한 8골 중 4골이 결승골, 2골이 동점골이다. 팀을 패배에서 구한 순도 200% '알토란' 같은 골이다. 지난 3월 22일 경남전(3대2 승) 마수걸이골부터 역전 결승골이었다. 4월6일 포항전에선 1-2로 뒤지던 후반 34분 투혼의 동점골을 터뜨렸다. 4월13일 부산전(2대1 승), 4월26일 성남전(1대0 승)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렸다. 5월4일 상주전에서 1골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4대3 승리의 주역이 됐다. 7월5일 서울전에서도 전반 9분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고, 프로 통산 100경기째인 9일 경남에 선제골을 허용한후 역전골, 쐐기골을 나홀로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전남은 이날 승리로 리그 3위에 우뚝 섰다. 스트라이커로서도, 팀플레이어로서도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호는 인터뷰때마다 룸메이트 '테보형'과 정신적 지주 '영민이형'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이종호의 8골 가운데 3골은 현영민이, 2골은 스테보가 도왔다. 올시즌 전남 유니폼을 입은 현영민과 스테보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이종호의 '일등도우미'다. 이종호는 제주 동계훈련때부터 스테보와 룸메이트다. 스테보는 그라운드에서의 오랜 경험을 이종호와 아낌없이 공유한다. 축구, 자동차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테보형과 계속 룸메이트를 하고 싶다. 테보형이 없었다면 올시즌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오른쪽 라인을 함께 타고 달리는 이종호와 '국대 출신 베테랑' 현영민 역시 마음 맞는 선후배다. "공격할 때 형이 뒤에 계시면 늘 든든하다. 공격할 때면 프리롤로 마음껏 하라고 독려해주고, 수비시에는 내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주신다"고 했다.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현영민은 "어차피 엔트리는 감독님이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출전권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다. 연연하지 말고 네 축구에만 전념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베테랑 형님'의 충고를 가슴에 새긴 이종호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1995년 노상래, 2004년 모따의 뒤를 이어 10년만에 전남에서 득점왕이 나올 수 있을까. 2014년 여름, 뜨거운 축구도시 광양에는 '광양루니' 이종호가 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K-리그 득점선두' 이종호 8골 분석

골수=일시=상대팀(홈/원정)=득점시각=방법=도움=스코어=의미

1=2014.3.22.=경남(원정)=후반5분=왼발=현영민=3대2승=역전 결승골

2=2014. 4.6.=포항(홈)=후반34분=왼발=스테보=2대2무=동점골

3=2014.4.13.=부산(홈)=전반21분=왼발=레안드리뉴=2대1승=결승골

4=2014.4.26.=성남(원정)=후반37분=헤딩=현영민=1대0승=결승골

5=2014.5.4.=상주(홈)=전반17분=오른발=스테보=4대3승=동점골

6=2014.7.5.=서울(홈)=전반 9분=왼발=없음=2대2무=선제골

7=2014.7.9=경남(홈)=전반 25분=헤딩=현영민=3대1승=역전 결승골

8=2014.7.9.=경남(홈) =후반 5분=오른발=없음=3대1승=쐐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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