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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34·서울)의 K-리그 인생은 슈퍼매치와 함께 시작됐다.
이름값은 달랐다.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수원팬들은 차두리가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그도 이유를 몰랐다. "내가 왜 야유를 받아야 하나." 억울해 했다. 그리고 "아버지(차범근 감독)도 여기에서 감독 생활을 하셨다. 또 내가 이 팀에서 유럽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온 것도 아니다. 상대 팬들이 저라는 선수를 의식한 것 같다. 유럽에서 안 받아본 야유를 한국에서 받았는데 이것도 축구의 하나"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서울은 경기 시작 19분 만에 데얀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후반 42분 라돈치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 과정에서 차두리가 있었다. 볼은 차두리의 키를 넘어 라돈치치에게 배달됐다.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빌미가 됐다. 그렇게 데뷔전이 막을 내렸다.
올시즌 첫 슈퍼매치는 또 특별했다. 4월 27일 수원 원정이었다. 올시즌 초반 서울의 현실은 참혹했다.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12팀 가운데 11위로 떨어졌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한때 최하위로 밀렸다. 고참인 그가 한 발 더 뛸 수밖에 없었다. 길렀던 머리도 예전처럼 삭발을 했다.
그라운드에선 투혼, 또 투혼이었다. 반전의 도화선이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했다. 매주 두 경기씩을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차미네이터'는 세월도 꺾지 못했다. 수비면 수비, 역습이면 역습, 묵묵히 땀을 쏟아냈다. 빛이었다. 서울이 수원을 1대0으로 꺾었다. 클래식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 사슬을 끊었다. 수원 원정 8경기 연속 무승(1무7패)의 늪에서도 탈출했다.
시간이 흘렀다. 서울은 현재 ACL에선 8강에 올랐고, 클래식에서도 대반전을 꿈꾸고 있다. 다시 슈퍼매치다.
슈퍼매치에 흠뻑 빠진 차두리의 6번째 출격이 예상된다. '차두리 타임'이다. 상암벌에는 '차미네이터'의 매력이 넘실거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