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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펠로 사퇴 요구, 콘돔 투척한 러시아 여론 속내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7-08 18:10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홍명보호를 향해 한 축구팬이 '엿 사탕'을 던졌다. "국민에게 '엿'을 먹여 '엿'을 던진다"고 했다. 실망감의 표현이었다. 한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조별리그 H조에서 함께 16강 진출에 실패한 러시아도 같은 후폭풍에 직면했다.

러시아 축구팬들이 단단히 화가났다. 러시아의 일부 팬들이 8일 모스크바의 러시아축구협회 건물에 콘돔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 등 복수의 언론은 '10여명의 축구팬들이 콘돔을 던지며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조별리그 H조에서 2무1패로 조3위에 그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1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16강 이상의 성적을 약속했던 카펠로 감독의 처참한 실패였다. 115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카펠로 감독에 대한 러시아 축구팬들의 신뢰가 무너졌다. 여기에 브라질월드컵이 시작되기도 전에 4년 재계약을 맺은 러시아축구협회의 니콜라이 톨스티흐 회장이 카펠로 감독의 유임을 언급하자 시위가 더욱 거세졌다.

러시아 축구팬들의 '카펠로 사퇴 시위'는 성적 부진 때문만이 아니다. 카펠로 감독에게 쌓여온 불만과 고령에 대한 불안감, 러시아에서 열리는 2018년 월드컵에서 '국내 감독'이 팀을 이끌기 원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동반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반 카펠로' 정서가 상당하단다. 러시아의 스포츠 전문지 R스포르트의 바라바시 타라스 기자는 "러시아에서 카펠로 감독의 재계약 문제가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8세인 카펠로 감독이 현재는 정정하다. 하지만 4년 뒤 70세가 넘는 고령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건강상의 문제로 러시아대표팀을 지휘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브라질월드컵에서 성적을 내기도 전에 재계약을 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카펠로 감독의 독불장군식 팀 운영이 러시아대표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러시아의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르트 엑스프레스의 드미트리 시모노프 기자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던 선수들이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카펠로 감독의 팀 운영에 불만이 꽤 있다. 러시아 국민들도 알고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카펠로 감독이 명장이지만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월드컵에서 러시아 출신의 감독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축구팬들의 시위에 러시아 정치권도 나섰다. 러시아 의회는 10월 카펠로 감독을 청문회에 세우기로 했다. 브라질월드컵을 결산하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 대비책을 점검하겠다는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청문회가 카펠로 감독을 문책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카펠로 감독, 그의 운명이 청문회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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