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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네이마르 없이 독일을 잡겠다고?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7-08 09:38



지난 5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열린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8강전. 후반 42분, 수니가와 충돌한 네이마르가 잔디 위에 축 늘어졌다. 상대의 허리나 등을 향해 무릎이 나가는 장면은 공중볼 경합에서 드물게 나타난다. 낙하지점을 빼앗긴 채 뒤늦게 달려들 때, 공중에 시선이 쏠린 이가 상대와의 경합 타이밍을 미처 가늠하지 못하며 연출된다. 하지만 수니가의 '니킥(knee kick)'은 다소 다른 차원에서 발생했다. 이 선수는 이미 등을 진 네이마르가 볼의 우선권을 쥔 것을 인지한 상태로 접근했다. 한 점 뒤진 경기가 급하긴 했겠지만, 무릎을 드러내면서까지 돌진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진단 결과 척추 골절. 재활 예상 기간은 최소 40일. 선수 본인은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으나, 브라질 축구협회는 '월드컵 잔여 경기 출전 불가'라며 못을 박았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고의성 여부에 주안점을 둬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해자 수니가가 공개 사과에 이어 편지까지 전달한 가운데, 브라질 축구 영웅 호나우두는 "네이마르를 해칠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주변 상황이 어떻든 네이마르 없이 9일 새벽 독일전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티아고 실바의 결장(경고 누적)이 확정된 차에 공격진까지 새 판을 짜게 된 스콜라리 감독은 머리가 지끈 아플 터다.

네이마르 하나가 빠진 문제가 아니다. 팀 전체의 구조적인 균열까지 불러올 수 있는 악재다. 브라질이 펼치는 공격의 패턴을 살피면 답이 나온다. 이들은 조직의 정형화된 힘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발현할 수 있는 개인 기량 덕을 크게 보는 편이다. 아군의 페널티박스 앞에서 볼을 끊어 적군의 진영으로 진입할 때, 공격 능력을 지닌 선수 개개인은 포지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전진한다. 다비드 루이스가 세트피스 수비 직후 상대 진영 깊숙이까지 볼을 몰고 들어가 파울을 얻어내던 장면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단, 이러한 전진이 골문까지 그대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소수다.


조금 더 세밀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로 용의 눈에 눈동자를 찍어줄 자원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네이마르는 이번 대회 '5경기 4골 1도움'이란 기록적인 수치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상대 최종 수비를 벗겨내는 '작업반장'이 바로 이 선수다. 특히 치명적인 건 상대 수비와 평행한 라인으로 뛰어드는 횡 드리블. 이 선수가 중앙 수비나 수비형 미드필더 앞으로 드나들 때, 상대는 직접적인 수비 태세를 취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된다. 냅다 달려들자니 헐크나 프레드에게 자유가 주어지고, 웅크려 기다리자니 슈팅 각도와 타이밍을 주게 된다. 이 장면에서 상대 수비의 시선을 훔치는 것만으로도 네이마르의 존재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주 이동 경로는 '왼쪽 측면→중앙'. 중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동시에 측면 공간도 부지런히 만든다. 두 팀 선수들이 가운데에 쏠렸을 때, 공격 방향을 측면으로 크게 전환해 또 다른 패턴을 준비하는 데엔 이 선수의 공이 크다. 지난 콜롬비아전에 만들어낸 네 번의 찬스 메이킹 중 하나(코너킥 2회, 중앙 1회, 왼쪽 1회)도 여기에서 기인했다.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기본적으로 준수한 공격력을 탑재했기에 네이마르 없이도 공격 포인트를 올려줄 자원은 많다. 오른발 전담 키커 역할 역시 거리에 따라 오스카나 다비드 루이스가 분담할 수 있다. 다만 이 선수 특유의 움직임과 공격 작업을 온전히 대체할 자원은 찾기 어렵다.

최전방 공격을 담당하는 건 프레드-헐크-네이마르의 삼각 편대다. 이 중 플레이메이킹은 네이마르의 독차지였다. 프레드는 앞선에서 상대 수비와 맞닿은 채 볼을 지키고 다시 연결하는 타겟 플레이(이마저도 성공률은 낮았다)를 펼쳤다. 본인만의 뚜렷한 스타일을 형용하기 힘듦은 물론, 볼이 왔을 때 홀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위대한 타입도 아니다. 헐크는 주로 윗선에 머물며 페널티박스 언저리에서 패스를 받았다. 볼을 잡은 뒤 한두 번의 터치로 상대 수비를 제치고, 순간적인 힘으로 슈팅까지 연결하는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단, 이 볼이 어떻게 운반되었는지는 네이마르의 존재 여부와 관련해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2선에 배치된 또다른 공격 자원 오스카는 사실상 후방 플레이메이커 노릇을 많이 했다. 소속팀 첼시에서도 그랬듯 오스카는 2선과 3선을 오가며 볼을 운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 파울리뉴와 구스타보(페르난지뉴)가 간격을 벌려 공간 싸움을 할 때 후방으로 내려와 볼을 소유하는 움직임이 잦았다. 파울리뉴는 직선적인 침투로 2선 혹은 최전선까지 오가며 공격 숫자를 채웠지만, 본인이 직접 드리블을 치며 결정적인 찬스를 만든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마르셀로나 마이콘 역시 줄기차게 전진해 측면 공격을 모색한다고 해도 네이마르가 그린 동선까지 밟아줄 수는 없다.

브라질은 중앙, 측면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활약할 수 있는 공격의 축을 잃었다. 공간을 잘라 들어가 본인의 득점을 챙기면서도, 드리블-패스-볼 없는 움직임으로 동료를 보좌했던 선수가 이제는 없다. 그간 네이마르에 크게 의존했던 스콜라리 감독도 윌리안, 베르나르드 등을 두고 조합을 저울질할 때가 왔다. 조금 더 다채로운 공격 루트를 만들며 색다른 화력을 뿜어낼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결승전 앞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상대는 '독일'이다. 5경기를 3실점으로 틀어막은 그들이 공간을 넓게 내줄 리 없을 터. 브라질이 어느 수준의 공격력을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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