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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가 비장한지 전화가 안 오더라."
서곡이었다. '못 말리는 두 승부사'의 올시즌 인연이 가혹하다. 스플릿시스템이 가동되기 전 3차례의 만남은 이미 예약돼 있었다. 3번을 더 만나게 됐다. FA컵 16강전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 2차전이다.
'지옥의 5연전'이 시작된다. 포항과 서울이 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를 치른다. 16일에는 FA컵 16강전(서울), 다음달 20일과 27일에는 ACL 8강 1(포항), 2(서울)차전, 9월 7일에는 클래식 24라운드(포항)에서 차례로 맞닥뜨린다.
현역 시절 스트라이커 출신인 두 감독은 동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도 함께 뛰었다. 황선홍은 플레이가 세밀하고 정교했다. 최용수는 선이 굵은 축구를 했다. 그러나 현역 때 돈독했던 정은 없다.
최 감독이 지도자로 한 발 앞섰다. 2012년 K-리그를 제패한 그는 그 해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ACL에서 준우승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황 감독이 바짝 따라 붙었다. 2012년 FA컵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해 만개했다. FA컵에 이어 K-리그에서 우승하며 감독상을 차지했다. 감독간의 대결에선 정규리그와 FA컵에서 12차례 맞닥뜨려 6승2무4패로 황 감독이 우세하다. 황 감독은 최근 최 감독을 상대로 2연승을 달리고 있다.
현재 포항이 1위(승점 26·8승2무3패), 서울은 9위(승점 13·3승4무6패)다. 순위와 현실은 또 다르다. 포항은 전술의 핵인 이명주의 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서울은 몰리나가 복귀하면서 공격력이 더 탄탄해졌다. 클래식에선 황 감독은 고삐를 늦출 수 없고, 최 감독은 대반전이 절실하다. FA컵과 ACL의 경우 패하는 팀은 탈락이다.
강력한 승부 근성이 물결치고 있다. 황선홍과 최용수의 그라운드 전쟁, 그 막이 오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