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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과 최용수, '지옥의 5연전'이 시작된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7-08 07:35



"각오가 비장한지 전화가 안 오더라."

"애정이 많이 식었다(웃음). 3년 동안 전화를 했는데 이젠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오늘은 18명의 선수 명단이 아닌 감독 이름만 보이더라."

4월 20일, 올시즌 첫 대결 직전 두 감독의 '설전'이었다. 전화를 기다린 주인공은 황선홍 포항 감독(46)이었다. 전략 수정은 최용수 FC서울 감독(43)의 선택이었다. 희비는 엇갈렸다. 슈팅수 11대3, 유효 슈팅수 7대2, 볼점유율 57대43, 서울이 압도했다. 그러나 축구는 골로 말한다. 결국은 결정력이었다. 포항이 후반 31분 김승대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했다. 포항은 서울 원정 11경기 연속 무승의 늪(2무9패)에서 마침내 탈출했다. 2006년 이후 이어져 온 8년 징크스가 무너졌다.

서곡이었다. '못 말리는 두 승부사'의 올시즌 인연이 가혹하다. 스플릿시스템이 가동되기 전 3차례의 만남은 이미 예약돼 있었다. 3번을 더 만나게 됐다. FA컵 16강전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 2차전이다.

'지옥의 5연전'이 시작된다. 포항과 서울이 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를 치른다. 16일에는 FA컵 16강전(서울), 다음달 20일과 27일에는 ACL 8강 1(포항), 2(서울)차전, 9월 7일에는 클래식 24라운드(포항)에서 차례로 맞닥뜨린다.

지겨울 정도로 만나고 또 만나야 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두 지도자 사이에선 라이벌의 전류가 흐른다. 고압이다. 엎치락뒤치락이었다.

현역 시절 스트라이커 출신인 두 감독은 동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도 함께 뛰었다. 황선홍은 플레이가 세밀하고 정교했다. 최용수는 선이 굵은 축구를 했다. 그러나 현역 때 돈독했던 정은 없다.

최 감독이 지도자로 한 발 앞섰다. 2012년 K-리그를 제패한 그는 그 해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ACL에서 준우승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황 감독이 바짝 따라 붙었다. 2012년 FA컵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해 만개했다. FA컵에 이어 K-리그에서 우승하며 감독상을 차지했다. 감독간의 대결에선 정규리그와 FA컵에서 12차례 맞닥뜨려 6승2무4패로 황 감독이 우세하다. 황 감독은 최근 최 감독을 상대로 2연승을 달리고 있다.


현재 포항이 1위(승점 26·8승2무3패), 서울은 9위(승점 13·3승4무6패)다. 순위와 현실은 또 다르다. 포항은 전술의 핵인 이명주의 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서울은 몰리나가 복귀하면서 공격력이 더 탄탄해졌다. 클래식에선 황 감독은 고삐를 늦출 수 없고, 최 감독은 대반전이 절실하다. FA컵과 ACL의 경우 패하는 팀은 탈락이다.

강력한 승부 근성이 물결치고 있다. 황선홍과 최용수의 그라운드 전쟁, 그 막이 오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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