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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후 첫 K-리그, 한국 축구에 대한 걱정은 '공염불'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7-07 07:35


◇긴 월드컵 휴식기를 끝내고 K-리그 클래식이 5일 재개됐다. 선두 포항과 3위 제주가 맞닥뜨린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텅빈 관중석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적신호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단 1승도 못 챙겼다. 1무2패로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원성이 높았다. 동시에 자성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한국 축구의 젖줄인 K-리그로 눈길을 돌리자고 했다. 결국 하부구조가 튼튼해야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다. '4년 주기 월드컵 팬'으로는 한국 축구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2014년 K-리그 클래식이 긴 월드컵 휴식기를 끝내고 5일 재개됐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갈 길은 멀었다. 축구에 대한 걱정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월드컵 효과, 후폭풍은 전반적으로 미비했다.

전남과 FC서울이 격돌한 전남 광양전용구장만 열기가 뜨거웠다. 1만3000석 규모의 광양전용구장에는 9012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전남의 올시즌 평균 관중 3883명이다. 무려 232%가 증가했다. 선수들도 신이 났다. 90분내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경기는 박진감이 넘쳤다. 골도 4골이나 터졌다. 2대2로 비기며 희비는 엇갈리지 않았지만 수준높은 플레이에 팬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전남과 FC서울이 격돌한 광양전용구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K-리그의 열기는 광양에 불과했다.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광양 뿐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흥행 1위인 수원은 아쉬움이 있었다. 상대는 경남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2만267명이 찾았다. 평균 관중 2만1574명에 미치지 못했다. 서포터스의 열광적인 응원은 여전했지만 일반 팬들의 분위기는 다소 싸늘했다.

제주와 부산은 참패였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선 3위 제주와 선두 포항이 격돌했다. 훌륭한 매치업이었다. 관중은 2886명에 불과했다. 제주의 평균관중 6272명과 비교하면 217%나 떨어졌다. 폭우를 감안하더라도 관중수가 적어도 너무 적었다. '그들만의 빅매치'였다. 부산과 전북이 만난 부산아시아드경기장도 음산했다. 전북은 K-리그 스타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2836명이 입장했다. 평균관중 3253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월드컵 스타 김승규가 나선 울산과 성남의 경기가 열린 탄천종합운동장에는 4035명이, 인천과 상주전이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4446명이 왔다.

클래식 6경기의 평균 관중은 7247명이었다. 올시즌 평균 관중 7928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월드컵 때 열을 올린 반응과는 천양지차였다. 월드컵 기간에도 계속해서 경기를 치른 챌린지(2부 리그)의 경우 명함을 내밀기가 창피할 정도였다. 명색이 프로지만 안양의 관중수는 1491명, 고양은 439명이었다.

물론 흥행을 얘기하기에 앞서 콘텐츠가 우선이다. 관중을 끌어모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구축돼야 한다. K-리그 전 구단이 각성해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할 때가 아니다. 그만큼 한국 축구의 상황이 절박하다.


팬들의 맹목적인 사랑과 관심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래야 경기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4년 주기 월드컵 팬'이 K-리그에 눈길을 줘야 한국 축구는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4년간의 전쟁은 다시 시작됐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이 우선이다. 명예회복의 기회도 생긴다. K-리거와 해외파의 살얼음판 경쟁이 한국 축구를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다. 팬들이 등을 돌린 K-리그는 경쟁력이 없다.

'월드컵 방학'이 끝난 클래식은 주중인 9일 14라운드가 벌어진다. 채찍도 중요하지만 K-리그를 향한 당근이 절실하다. 한국 축구가 사는 길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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