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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첫 실패였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8강, 2012년 런던올림픽 사상 첫 축구 동메달의 환희는 없었다. 1무2패, 조별리그 탈락이 그의 성적표였다.
그러나 '원칙론'을 꺼내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설득에 뜻을 접었다. 4시간에 걸친 면담 끝에 계약기간을 지키기로 했다. 홍 감독은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한다. 허 부회장은 "월드컵에서 목표했던 성적을 못 냈지만 아시안컵에서 잘 이끌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으로선 어려운 결정이었다. 책임을 지고 떠나면 모든 것이 끝날 수 있었다. 논란을 재생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명예회복의 기회는 언제 다시 돌아올 지 모른다. 축구협회와의 계약 또한 약속이다.
이에 비해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올해 하반기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 데이는 8월, 9월, 10월에 각각 2번씩, 6차례가 예정돼 있다. 상대는 미정이다. 8월은 건너뛸 가능성이 크다. 또 평가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질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살얼음판 행보를 할 수밖에 없다. 아시안컵을 앞두고는 FIFA 규정에 따라 2주전 소집이 가능하다. 해외파도 소집할 수 있지만 월드컵에 비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
그러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모든 고개를 넘어야 한다. 길도 분명하다. 런던올림픽 틀에 얽매이는 실수는 반복돼선 안된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지만 납득이 가야 한다. 이름값도 버려야 한다. '인맥 축구'의 오해가 되풀이돼선 안된다.
코치진을 비롯한 지원스태프의 수술도 필요하다. 감독이 모든 것을 챙길 수 없다. 하지만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한다. 계속해서 지휘봉을 잡기로 한만큼 월드컵 결과를 바탕으로 쇄신이 요구되는 자리에는 과감하게 칼을 들어야 한다.
전술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한 가지 시스템으로 축구를 하는 시대는 끝났다. 브라질월드컵에선 네덜란드는 물론 아르헨티나도 2~3가지의 포메이션으로 상대에 따른 변형 전술을 구사했다. 스리백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 축구의 흐름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 특히 내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 한국 축구는 더 발전해야 한다." 벨기에전 후 홍 감독의 탄식이었다.
더 이상 '부족'이란 단어는 용납되지 않는다. 홍명보호 2기는 달라져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