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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리오넬 메시가 빗장을 풀었다.
지루한 0의 공방이었다. 볼점유율 62대38, 슈팅수 22대11, 아르헨티나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유효슈팅은 무료 17개였다. 하지만 문을 잠근 스위스의 수비 전술은 뛰어났다. 압박과 조직력이 대단했다. 수문장 베날리오의 선방도 빛났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는 메시가 있었다. 센터서클에서 부근에 볼을 잡은 그는 30여m 폭풍 드리블 후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진짜 메시'와 '알프스 메시'의 격돌도 관심이었다. 3경기에서 4골을 넣은 메시와 온두라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제르단 샤키리(스위스)의 발 끝에 관심이 집중됐다. 수비에 집중하다보니 샤키리의 화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16강전에서도 메시의 월드컵 징크스는 없었다. 전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4년 연속 수상,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4년 연속 득점왕, 한 시즌 최다골 등 공격수가 세울 수 있는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메시의 유일한 약점은 월드컵이었다. 두번의 월드컵 본선 무대, 8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다. '축구황제' 펠레는 월드컵서 부진한 메시를 두고 "세계 최고가 되려면 적어도 월드컵 3번은 들어올려야 한다"고 은근히 비꼬기도 했다.
브라질은 그를 위한 무대였다. 1차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2대1 아르헨 승)에서 후반 20분 환상적인 드리블로 첫 골을 만들어낸 메시는 2차전(1대0 아르헨 승)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기적같은 왼발슛으로 '질식수비'를 펼치던 이란의 골문을 열었다. 득점 감각을 예열한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선 멀티골을 터뜨렸다. 스위스전에서도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