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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메시'와 '알프스 메시'가 격돌한다.
메시는 월드컵 징크스를 마침내 털어냈다. 전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4년 연속 수상,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4년 연속 득점왕, 한 시즌 최다골 등 공격수가 세울 수 있는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메시의 유일한 약점은 월드컵이었다. 두번의 월드컵 본선 무대, 8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다. '축구황제' 펠레는 월드컵서 부진한 메시를 두고 "세계 최고가 되려면 적어도 월드컵 3번은 들어올려야 한다"고 은근히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달랐다. 1차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2대1 아르헨 승)에서 후반 20분 환상적인 드리블로 첫 골을 만들어낸 메시는 2차전(1대0 아르헨 승)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기적같은 왼발슛으로 '질식수비'를 펼치던 이란의 골문을 열었다. 득점 감각을 예열한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선 멀티골을 터뜨렸다. 비로소 월드컵에서도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기 시작했다.
4년 전 19세의 나이로 남아공월드컵에서 최초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샤키리는 두번째 월드컵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앞선 두경기에서 생갭다 부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16강 여부가 걸려있던 온두라스와의 최종전에서 에이스의 품격을 과시했다.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메시와 골장면이 흡사했다. 메시와 마찬가지로 왼발로만 만든 골이었다.
최전방 공격수의 부진, 이들의 발끝에 명운이 걸렸다
아르헨티나와의 스위스의 고민은 최전방이다. 지구 최고의 공격진이라던 아르헨티나는 세르히오 아게로(맨시티)와 곤살로 이과인(나폴리)의 부진이 뼈아프다. 둘은 조별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메시 결정력에 의존하게 된 계기다. 설상가상으로 아게로는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스위스전은 물론, 남은 경기 출전이 불투명하다. 스위스 역시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을 펼친 요십 드르미치(레버쿠젠)와 레알 소시에다드 돌풍의 주역 하리스 세페로비치가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전방의 무게감이 떨어지며 2선 공격수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공격수는 감각이 중요하다. 한번 골맛을 보면 몰아넣는 특징이 있다. 메시와 샤키리는 그런 면에서 예열을 마쳤다. 메시는 스리톱의 중앙에 서지만 2선으로 내려가 플레이를 즐긴다. 샤키리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골장면을 만든다. 최전방이 부실한만큼 이들의 공격루트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결정력이 승부를 가를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