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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29·베이징궈안)의 축구 인생은 부상과 늘 함께 했다. 학창시절 고질적인 통증을 안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끈기와 인내로 벼텼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프로무대에 가까스로 데뷔했고 만 29세에 생애 첫 월드컵 출전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그의 첫 월드컵은 다시 아픔이었다. 늘 괴롭혀온던 부상이 월드컵 조별리그 무대 앞에서 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전지훈련 첫날 찾아온 불의의 부상
프로 인생도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 고질인 무릎 통증이 재발하며 울산과 이별했다. 대구로 이적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되찾았다. 그는 전북과 FC서울을 거치며 프로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올시즌에는 이적료 180만달러(약 18억원)를 받고 중국의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다. 지난 1월, 그는 홍명보호의 브라질-미국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며 월드컵 출전의 꿈을 키웠다. 기대가 가득찬 첫 훈련, '아차' 싶었다. 쿠퍼테스트를 시행하다가 오른쪽 종아리에 무리가 왔다. 처음에는 가벼운 근육 부상으로 생각했지만 1주일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결국 중도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에도 그의 사전에 '포기'는 없었다. 베이징 궈안에서 재활 훈련에 매진한 그는 이적 첫 해부터 팀의 주축선수로 자리매김하며 다시 월드컵을 향해 뛰었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대표팀과의 동행이 시작됐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의 백업인 '조커' 역할이었지만 큰 꿈을 그렸다. 세트피스에서 기성용과 함께 코너킥을 담당하면서 킥 감각을 끌어 올렸다. 홍명보호의 '히든카드'로 출격을 기다렸다.
지난 17일 그는 다시 가슴으로 울었다.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러시아전을 하루 앞두고 공식 훈련을 하던 중 왼쪽 발목에 통증을 느꼈다. 이번에도 가벼운 부상일거라 생각했다. 검진 결과 만성 염좌 증세였다. 러시아전에 이어 알제리전마저 건너 뛰었다. 벨기에와의 최종전에 시선을 맞췄다. 그는 끝내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26일 벨기에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훈련에서도 그는 쓸쓸히 그라운드 주변을 홀로 걸었다. 끝내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기회는 이렇게 조별리그가 끝날 때까지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하대성은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축구 인생은 늘 그래왔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