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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다이어리]부럽기만 한 그들만의 특권, '원팀 프리미엄'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6-20 06:10


◇지난 12일(한국시각) 브라질 이구아수공항에 전세기편으로 도착한 월드컵대표팀이 현지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브라질의 하늘은 바쁘다.

하루에만 수 백대의 항공기가 브라질 영공을 오간다. 851만4877km², 세계 5위, 남미 대륙 절반을 차지하는 광활한 땅을 오가기 위해선 항공기 이용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브라질 경제의 중심인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수도 브라질리아를 중심으로 국내선 항공노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브라질 국내 항공여객 수요는 한계치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인구 2억명(2013년 현재)에 비해 항공기 숫자는 턱없이 모자란다. 안전상 문제 등으로 노선 배정도 까다롭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항에선 기다림이 일상이다. 출발 직전 탑승 게이트가 바뀌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에 속한다. 연착은 기본이고,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는 것도 다반사다. 때문에 공항에 설치된 전광판의 노선 정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흔히 공항에서 느끼는 여행의 낭만은 브라질에선 느끼기 힘들다.

브라질 항공사들이 폭발적인 여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만들어낸 대안은 '완행 항공기'다.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중간 경유지를 끼워 넣어 여객 수요를 감당하는 것이다. 1시간 간격으로 각 공항에서 이착륙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이 펼쳐지고 있는 남부 포르투알레그리에서 북부 마나우스까지는 항공기로 6시간20분이 소요되는데, 6~7번의 이착륙을 하는 식이다.

직접 경험한 '완행 항공기'는 지옥이었다.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에서 1124㎞ 떨어진 러시아전 개최지 쿠이아바까지 이동하는데 환승을 포함해 항공기로만 무려 7시간이 걸렸다. 이구아수를 출발해 남동부 중심지 쿠리치바에서 항공기를 갈아 타고, 쿠리치바에서 마링가와 캄포그란데를 거쳐 쿠이아바에 도착했다. 한 비행기를 타고 4번이나 이착륙을 반복하며 도착, 출발 승객이 뒤엉키는 아수라장까지 버텨내려면 체력과 인내심이 필수다. 러시아전을 마친 뒤 쿠이아바→상파울루→이구아수로 연결되는 4시간짜리 직항 환승편을 이용한 게 감사(?)할 정도였다.

때문에 홍명보호의 전세기는 선망의 대상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 선수단은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과 브라질월드컵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전세기편으로 이동한다. 공항 이착륙 최우선은 기본이고 활주로에 마련된 전용 출입구, 각종 화기와 장갑차로 중무장한 철통경호까지 '국빈' 대접을 받고 있다. 번거로운 환승이나 경유 없이 원스톱으로 결전지에 이동한다. 홍명보호는 러시아전이 끝난 뒤 현지시각 새벽에 출발한 국내 취재진보다 5시간 늦게 쿠이아바를 떠났음에도 30분 일찍 이구아수에 독착, 전세기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전세기는 그들만의 공간이다. 러시아전에서 반전에 성공한 홍명보호의 이구아수 복귀 전세기 풍경은 어땠을까. 월드컵대표팀 관계자는 "전날 경기에서 쌓인 피로 때문인지 이동하는 2시간 내내 잠만 잤다"고 밝혔다. 부럽기만 한 풍경이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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