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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는 단기전에 유독 강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나서는 국제대회마다 어김없이 성적을 냈다. 평가전보다 실전에 강했고,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놓치지 않았으며, 메달 결정전에서는 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단기전에 강한 '홍명보호' 반전의 에너지는 무엇일까. '복장((福將))' 홍명보 감독의 '운칠기삼'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유들이 있다. .
한국 특유의 집중력, 평가전 부진 에너지 삼는 승부욕
이근호, 지동원 등 '힐링' 용병술 적중
홍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10대때부터 지켜봐온 제자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한다. 세심하게 배려하지만, 필요한 순간엔 강력하게 몰아붙일 줄도 안다. 선발 라인업을 미리 공개하지 않고, 당일 최고 컨디션의 선수를 뽑는 것이 홍 감독의 오래된 원칙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정적인 선택을 했다. 런던올림픽 잉글랜드와의 8강전을 앞두고 홍 감독은 전날 밤 지동원을 방으로 불렀다. 낯선땅 선덜랜드에서 나홀로 적응하며, 기회를 얻지 못해 가슴앓이했던 마음을 헤아렸다. '순둥이' 지동원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지동원이 인생골로 첫손에 꼽는 런던올림픽 8강 잉글랜드전 선제골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동원의 한방은 역사적인 올림픽 동메달의 기폭제가 됐다.
힐링의 용병술은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반복됐다. 러시아전에서 선제골로 무승부를 이끈 이근호 역시 경기 전날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내 역할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는 조커"라고 명시했다. 홍 감독은 후반 체력저하를 드러낼 러시아 수비진을 뒤흔들 비밀병기로 일찌감치 이근호를 낙점했다. 이근호는 자신의 임무를 미리 알고 착실히 준비했다. 4년전 남아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아픔을 새기고 또 새겼다. "4년전의 설움을 떨치는 상상을 수없이 했다"고 했다. 홍 감독은 잔뜩 굶주린 그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선수 개인과, 팀을 함께 살리는 '힐링 용병술'은 또 한번 통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런던올림픽에서 쌓은 자신감과 믿음
홍명보호는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이후 단기전에서 강력한 결속력을 발휘해 왔다. 나서는 모든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이란과의 3-4위전에서 후반 3골을 몰아치며 4대3의 기적같은 승리를 맛봤고, 런던올림픽 8강전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를 넘어본 선수들의 실전 자신감은 모두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자신감, 긍정의 마인드로 똘똘 뭉친 이들에게도 브라질월드컵은 최대의 위기였다. 브라질 입성 직후 홍 감독의 일성은 "짧은 기간에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였다. 비밀훈련, 비공개훈련이 그 어느 월드컵보다 잦았다. 미디어와의 접촉을 극도로 제한했다. 러시아전을 앞두고 이틀간 비공개 훈련을 실시했다. 선수들은 스스로 스마트폰, 인터넷, 메신저 접속을 끊었다. 오직 축구에만 몰입했다.
홍 감독은 감성과 이성을 갖춘 리더이자 탁월한 전략가다. 러시아전을 앞두고 홍 감독의 기자회견 모토는 '믿음'이었다. 선수들을 향한 '사나이 순정'을 재천명했다. "나는 이 팀의 감독이고, 내가 믿는 것은 지금 이 팀의 선수들이다. 우리 팀의 선수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믿어왔다. 앞으로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