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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난 홍명보 감독, 논란 잠재운 '7일 매직'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6-19 06:22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18일 오전 (한국시간)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 경기장에서 열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근호의 선제골에 코치진과 환호하고 있다.
쿠이아바(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18/

6개월 전 홍명보호의 16강 진출 전망은 81%였다.

그러나 10일(이하 한국시각)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0대4로 참패하자 16강 진출 전망은 42%(이상 한국갤럽 조사)로 떨어졌다. 분위기는 우울했다.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비난을 위한 비난과 조롱에 태극전사들도 아파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경기는 져도 얻을 게 있는 법이다. 4골차로 졌지만, 우리 팀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모른다. 좋은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 1주일 남았다. 짧은 시간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월드컵이 시작됐다. 화두는 '7일의 매직'이었다. 가나전의 홍명보호는 없어졌다. 투지가 살아났고, 강력한 압박이 돌아왔다. 방향을 잃은 수비라인도 견고했다. 배후 침투와 빈공간을 활용하는 폭넓은 움직임, 과감한 중거리 슈팅 등 공격도 활기를 찾았다.

홍명보호가 18일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벌어진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러시아와 1대1로 비겼다. 승점 1점을 챙기며 2회 연속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홍 감독이 빚은 대반전이었다. 월드컵은 축구인 홍명보의 산역사다. 브라질이 생애 6번째 월드컵이다. 선수로 4차례나 월드컵을 누볐다. 전경기(17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코치로 그 끈을 이어갔다. '축구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브라질에서 월드컵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20년 전 홍 감독이 현역 시절 월드컵에서 첫 골을 터트린 날이다. 19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인 스페인전, 0-2로 끌려가던 후반 40분이었다. 현역의 홍명보는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트렸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서정원(수원 감독)의 동점골로 2대2로 비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러시아전에서 용병술이 빛났다. 서둘러 '깜짝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0분 박주영(아스널) 대신 이근호(상주)를 투입했다. 신의 한수였다. 후반 22분 이근호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대한민국에 환희를 선물했다. 후반 29분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팬들의 기대가 부활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홍명보호는 23일 오전 4시 알제리, 27일 오전 5시 벨기에와 조별리그 2, 3차전을 치른다. 그동안 걸어온 길에서 '힌트'는 있다. 홍 감독은 2009년 이집트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첫 경기에서 2무1패를 기록했다. 포기를 몰랐다. 2차전부터 차원이 다른 무대가 연출됐고, 이집트에선 8강, 광저우와 런던에선 각각 동메달로 마침표를 찍었다.

홍 감독은 러시아전이 끝나자마자 다시 고삐를 바짝 조였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동점골을 내줬다. 억울한 마음이 없잖아 있지만, 첫 경기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훌륭했다. 결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첫 경기였다. 좋은 내용 속에 승점 1을 얻었다.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 빨리 회복해 남은 경기를 잘 치르겠다."

홍명보호, 환희 뒤에는 늘 고통이 있었다. 그는 "청소년월드컵, 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 모두 잘해줬다. 다음 경기에서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홍 감독의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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