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알제리 감독-언론 극한대립, "감독때문에 졌다" 맹비난,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6-19 06:20


15일(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소로카바에서 알제리의 팀훈련을 이끌고 있는 할릴호지치 감독. 소로카바(브라질)=하성룡 기자

알제리는 월드컵 본선 이전부터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바히드 하릴호지치 알제리대표팀 감독의 재계약 불발 및 아들렌 게디우라(크리스탈팰리스)의 최종엔트리 탈락으로 여론이 하릴호지치 감독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러나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의 소로카바에서 실시한 베이스캠프 훈련에서 선수단 분위기가 전환됐다. 선수들이 월드컵 출전을 즐기며 훈련에 매진했고, 첫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위해 알제리 여론도 하릴호지치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겨울 밤의 꿈(브라질은 현재 겨울)'에 불과했다. 속에 있던 문제가 다시 터졌다. 18일 열린 벨기에와의 1차전 선수 구성 및 결과가 도화선이 됐다. 알제리는 1대2로 졌다.

'당연히 감독 때문에 졌다.' 알제리 언론은 하릴호지치 감독의 선수 기용을 패인으로 꼽았다. 알제리 일간지 엘 슈루크의 아마라 투픽 기자는 "벨기에는 교체 선수들이 활약하며 역전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알제리의 교체 선수들은 하나도 힘을 쓰지 못했다"며 감독의 용병술을 탓했다. 선수 구성 및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그럼에도 알제리 언론은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토로하듯 하릴호지치 감독을 비난했다. 대다수의 기자들이 오른 측면 수비수로 나선 메흐디 모스테파(아작시오)의 기용을 문제 삼았다. 알제리 방송사 ENTV의 베르하일 이스마일 기자는 "모스테파는 원래 수비수가 아닌 미드필더 자원이다. 국제 경기 경험도 부족한데 그를 수비수로 기용하는 바람에 왼쪽 측면에서 자주 돌파를 허용했다"고 했다.

하릴호지치 감독과 알제리 언론은 관계가 틀어질대로 틀어졌다. 이유가 있다. 알제리축구협회가 하릴호지치 감독에게 2015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까지 계약을 연장하자고 했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이가 나빠졌다. 터키 클럽팀(트라브존스포르) 내정설이 돌면서 더 악화됐다. 알제리 언론은 그를 '배신자'로 생각하고 있다. 소로카바의 훈련장에서 불편한 관계를 직접 목격했다. 훈련을 준비하는 하릴호지치 감독이 한 기자가 부르자 취재진쪽으로 다가왔다. 알고보니 터키의 기자였다. 그하고만 얘기를 나눴다. 알제리 기자들이 고개를 저으며 한 숨을 쉬었다. 한 알제리 기자는 "터키로 가니깐 터키에서 온 기자를 살갑게 대한다"고 했다. 하릴호지치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벨기에 경기 하루전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알제리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사람이 바로 나"라며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상황에서 알제리 언론이 1차전 패배의 원인을 감독의 선수 기용에서 찾고 있으니 관계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알제리대표팀에 전혀 득이 될 게 없는 '싸움'이다. 월드컵이 끝난 이후 떠나는 감독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 기용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된다면 하릴호지치 감독의 선수 장악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반면 알제리를 상대해야 하는 홍명보호에게는 호재다. 어수선한 알제리의 분위기가 알제리대표팀에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알제리의 악재는 분명 홍명보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