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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는 월드컵 본선 이전부터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바히드 하릴호지치 알제리대표팀 감독의 재계약 불발 및 아들렌 게디우라(크리스탈팰리스)의 최종엔트리 탈락으로 여론이 하릴호지치 감독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러나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의 소로카바에서 실시한 베이스캠프 훈련에서 선수단 분위기가 전환됐다. 선수들이 월드컵 출전을 즐기며 훈련에 매진했고, 첫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위해 알제리 여론도 하릴호지치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릴호지치 감독과 알제리 언론은 관계가 틀어질대로 틀어졌다. 이유가 있다. 알제리축구협회가 하릴호지치 감독에게 2015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까지 계약을 연장하자고 했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이가 나빠졌다. 터키 클럽팀(트라브존스포르) 내정설이 돌면서 더 악화됐다. 알제리 언론은 그를 '배신자'로 생각하고 있다. 소로카바의 훈련장에서 불편한 관계를 직접 목격했다. 훈련을 준비하는 하릴호지치 감독이 한 기자가 부르자 취재진쪽으로 다가왔다. 알고보니 터키의 기자였다. 그하고만 얘기를 나눴다. 알제리 기자들이 고개를 저으며 한 숨을 쉬었다. 한 알제리 기자는 "터키로 가니깐 터키에서 온 기자를 살갑게 대한다"고 했다. 하릴호지치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벨기에 경기 하루전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알제리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사람이 바로 나"라며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상황에서 알제리 언론이 1차전 패배의 원인을 감독의 선수 기용에서 찾고 있으니 관계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알제리대표팀에 전혀 득이 될 게 없는 '싸움'이다. 월드컵이 끝난 이후 떠나는 감독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 기용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된다면 하릴호지치 감독의 선수 장악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반면 알제리를 상대해야 하는 홍명보호에게는 호재다. 어수선한 알제리의 분위기가 알제리대표팀에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알제리의 악재는 분명 홍명보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