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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포토스토리] 이근호, 웃음 선사한 소트니코바 깃발!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14-06-19 03:54


ⓒAFPBBNews = News1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김연아 세리머니'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월드컵 출전 첫 골을 넣은 이근호(29·상주)의 소감이었다. 그런데 골을 넣은 기쁨에 환호하던 이근호가 아무 생각 없이 쓰러진 곳에 소트니코바를 연상시키는 '형광색 깃발'이 있었다.


지난 18일(한국시각)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이근호는 이청용과 함께 코너 쪽으로 달려가며 환호했다. 이청용의 손에 잡힌 이근호는 코너에 세워져 있던 깃발과 함께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 장면을 지켜본 일부 재치있는 축구팬들은 형광색 깃발에 착안해 '소트니코바 세리머니'라고 명명하며 즐거워했다.


사진캡처=SBS
지난 2월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러시아의 소트니코바는 갈라쇼에서 형광색 깃발을 들고 퍼포먼스를 펼치다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팬들은 이근호의 밑에 깔린 형광색 깃발을 보며 소트니코바를 떠올리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근호의 선제골에 코치진과 환호하는 홍명보 감독. 쿠이아바(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러시아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심판의 석연찮은 채점에 분노한 팬들은 '2002한일월드컵 미국전의 오노 세리머니처럼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골을 넣고 김연아의 피겨 동작으로 골세리머니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지난 2월 열린 브라질월드컵 유니폼 공개 행사에서 "러시아전 피겨 세리머니에 대해 신경 쓰다 보면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건 원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마음속에는 '김연아'가 있었다. 이근호는 러시아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거수경례 골세리머니에 대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김연아 세리머니'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거수경례는 생각이 나더라"고 말하며 김연아를 먼저 언급했다. 실제로 보여주진 못했지만 '김연아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월드컵 첫 골 신고합니다!' 쿠이아바(브라질)=최문영 기자
이근호는 자신의 월드컵 출전 첫 골에 너무 감격한 나머지 미리 준비했던 '김연아 세리머니'는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본능적 군인 정신에서 나온 거수경례로 국민을 향해 첫 골 신고식을 했다. 또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상상력 풍부한 축구팬들에게 '소트니코바의 깃발 굴욕'을 떠올리게 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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