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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에선 그렇게 골을 잘 넣던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0시즌 동안 276경기에 출전, 243골(평균 0.88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월드컵에만 나서면 작아졌다. 첫 출전이던 2006년 독일월드컵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터뜨린 한 골이 전부였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의 활약은 주연급이었다. 그러나 무려 29번이나 슈팅을 날리고도 단 한골도 넣지 못했다.
뚜껑이 열렸다. 실망감이 밀려들었다. 팬들이 바라던 메시가 아니었다. 이날 메시는 3-5-2 포메이션을 가동한 전반에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시티)의 공격을 지원하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전반 3분 만에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보스니아 수비수 세야드 콜라시나치의 자책골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후 부진이 이어졌다. 메시는 최전방에서 골을 넣는 역할을 아구에로에게 맡겨두고 중원에서 주로 뛰었다. 빌드업의 선봉장이었다. 이 경기에서 메시의 공격적인 패스가 중앙 서클에서 10차례 이뤄졌고, 같은 지역에서 24차례나 패스를 받은 기록만 봐도 메시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가 문제였다. 전매특허인 '다이나마이트 드리블'이 통하지 않았다. 힘이 좋은 보스니아 선수들의 압박과 협력 수비를 견뎌내지 못했다. 모처럼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해도 슈팅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메시의 전반 슈팅수는 '제로'였다. 슈팅을 안한 것이 아니라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다.
메시의 패스가 차단되고 부정확해지자 전체적인 아르헨티나의 공격도 무뎌졌다. 메시는 활동량으로 승부를 보는 선수는 아니다. 조금 뛰더라도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자신의 몫을 다하는 유형이다. 그러나 전반에는 특유의 폭발력도 보이지 않았다. 최고조의 활동 시간(High activity time spent)이 4%밖에 되지 않았다. 92%는 최저의 활동시간이라는 기록이 나왔다. 중원에서 걸어다니는 수준의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지난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산책 논란'으로 언론의 집중포하를 맞았을 때 같았다. 메시는 전반에 고작 3.996km 밖에 뛰지 않았다.
후반 '부활'을 외친 메시지만,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닌 모습이다. 물론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정상급 기량을 보여줄 것이다. 골을 넣든, 중원에서 골을 돕든 '메시 타임'은 이미 시작됐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