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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아웃사이더]평가전도 취소시킨 '교통 지옥' 브라질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6-15 19:33


◇상파울루는 교통 지옥이다. 교통 혼잡은 상상을 초월한다. 상파울루(브라질)=ⓒAFPBBNews = News1

'교통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기자는 브라질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의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에 있습니다. 이 도시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월드컵 열기가 아닌 교통 혼잡이었습니다. 워낙 교통 체증이 유명한 도시입니다. 8차선 도로가 뻥뻥 뚫린 서울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시내 한 가운데에 왕복 4차선이 뚫려 있다면, 그게 '대로'입니다. 문득, 지독하기로 유명한 금요일 서울 강변북로 퇴근길이 생각납니다. 그정도면 '양반'입니다. 도로도 좁은데 차는 어찌나 많은지…. 월드컵 개막 직전에 악재까지 겹쳤습니다.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상파울루 지하철노조가 파업을 했습니다. 월드컵 반대 시위도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통 대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상파울루 시내를 통과라도 하게 된다면 20분 거리가 2시간 거리로 돌변하기 십상입니다. 한마디로 '교통 지옥'입니다.

한국의 상대팀인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의 베이스 캠프를 취재 중인 기자는 매일 상당한 거리를 이동합니다. 상파울루 시내부터 러시아 캠프(이투)까지는 100㎞, 알제리 캠프(소로카바)도 100㎞, 벨기에 캠프(모기 다스 크루즈)까지는 61㎞입니다. 차가 막히지 않을 경우 1시간 걸리지만, 요즘 2~3시간 이동은 기본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상파울루 시내를 지난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동료 기자는 왕복 8시간을 길거리에서 낭비한 경우도 있습니다. 브라질에 오기전 교통 체증에 대한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11일 지하철 파업이 잠시 보류되면서 이전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자동차들의 거북이 걸음은 여전합니다.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대결을 펼칠 벨기에의 얘기입니다. 당초 벨기에는 13일 미국과 비공개 평가전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취소했습니다. 평가전을 미국 베이스캠프가 있는 상파울루 시내에서 갖기로 했는데 막상 교통 지옥을 통과하려 하니 겁이 났나 봅니다.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대표팀 감독은 "5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걸 원하지 않는다"며 평가전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두 팀 베이스 캠프의 거리가 60여㎞에 불과한데 말이죠. 다른 도시에서도 피해 사례가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14일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조별리그 '빅매치', 스페인-네덜란드전에서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미 한달 전에 입장권이 모두 매진됐는데 막상 경기장에 비어있는 좌석이 3900여석이나 됐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사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조직위원회측에서는 극심한 교통 체증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베이스캠프를 취재하러 갔던 이구아수에서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하늘길에도 교통 체증이 있나 봅니다. 이구아수 공항에서 상파울루로 돌아오는 비행편을 타기 위해 공항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7시 30분 출발 예정이었지만 7시 40분이 되어도 탑승하라는 안내가 없었습니다. 공항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비행기가 딜레이(Delay) 됐나요?" 답변이 기가 막혔습니다. "딜레이 된건 아니지만 출발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7시 50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빈번한 일이랍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결국 1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여러모로 월드컵을 치르기에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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