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물선을 그린 킥이 하늘로 뻗어간다. 이내 방향을 바꿨다. 큰 궤적을 그린 크로스는 수비벽을 넘어 쇄도하는 세트피스 공격수의 머리에 그대로 연결됐다.
기성용의 킥 능력은 프로 데뷔 때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1m87의 큰 키를 극복하는 유연한 몸놀림이 기반이 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했다. 본선에서는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면서 허정무호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위업 일등공신이 됐다. 셀틱(스코틀랜드) 스완지시티 선덜랜드(이상 잉글랜드) 모두 세트피스 전담키커는 기성용이었다.
택배킥의 완성도는 100%에 가깝다. 무릎 통증이 남아 있었던 튀니지전, 체력 담금질로 녹초가 된 가나전에서는 잠잠했다. 하지만 이구아수 입성 뒤 진행된 훈련에서 기성용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18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펼쳐질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시작으로 알제리, 벨기에전 득점 첨병 역할이 기대된다.
4년 전 앳된 청년은 이제 없다. 전사로 거듭난 기성용은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의 얼굴을 일그러뜨릴 준비를 마쳤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