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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V코리아투어]박지성이 쓸 미래도 한국축구의 역사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5-26 07:34


2014 PSV 아인트호벤 코리아투어 2차전 경남 FC와의 경기가 2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렸다.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아인트호벤 선수들이 박지성을 무등 태워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5.24/

모두가 꿈꾸는 길을 걸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달성, 2003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입단, 2005년 유럽 명문 맨유 입단, 8년 간 맨유에서의 활약, 친정팀 PSV 복귀, 정상에서 현역 은퇴….

박지성(33)은 한국 축구사를 새로 썼다. 그는 월드컵 세 개 대회 연속 득점,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1호, 아시아 선수 최초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 등 수많은 금자탑을 세웠다. 축구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모두 누렸다.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홀로 걸었다. 외로웠고, 힘들었다. 그러나 금욕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꿋꿋이 버텨냈다. 인내의 끝은 환희였다. 찬사가 쏟아졌다. '한국 축구의 대들보', '아시아 축구 최고의 선수'란 수식어는 박지성의 몫이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박지성은 모두가 박수칠 때 내려오고 싶었다. 현역 은퇴를 결정하기 전 달콤한 제안도 받았다. 1년 간 계약이 남은 잉글랜드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연봉(40억원·추정치)을 보전해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벤치만 지켜도 좋으니 팀에 남아달라"는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의 제안은 솔깃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시한폭탄'이던 자신의 무릎을 더 이상 혹사시키지 않았다. 소신을 지켰다. 벤치만 지키다 밀려나듯 떠나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90분을 소화할 수 있음에도 갈 때를 알고 떠나는 이로 기억되고 싶었다.

아시아 축구의 별이 떨어졌다. 박지성이 15년 간 입은 프로 유니폼을 벗었다. 고별 무대는 특별했다. 22일과 24일 벌어진 PSV 코리아투어에서 고향 수원과 창원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수많은 국내 팬들은 박지성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박지성의 응원가인 '위송빠레' 열창과 기립박수로 레전드를 배웅했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가 드러낸 아쉬움은 박지성의 찬란한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PSV 선수들은 24일 코리아투어 2차전 이후 박지성을 들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에르네스트 파베르 PSV 수석코치는 "좋은 선수이자 친구를 잃었다"며 박지성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2005년 대표팀 동료인 조원희(경남)도 "지성이 형의 은퇴가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그랬듯 덤덤했다. 박지성은 코리아투어의 소회를 밝혔다. "고별 무대라고 특별히 크게 느끼는 것은 없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최종전이 마지막이었다. 코리아투어에서는 그저 즐겁게 축구를 했을 뿐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격려와 질책을 아끼지 않았던 국내 팬들에 대한 보답이었다. 박지성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국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한다는 자체였다"고 설명했다.

'선수' 박지성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는 여전히 이슈 메이커다. '제2의 인생'은 축구계의 화두다. 주위에선 박지성이 어떤 형태로든 한국 축구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 최고의 선수인 박지성이 꿈꾸는 축구 행정가의 목표를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박지성은 "주위의 얘기들이 크게 부담되진 않는다. 시작도 안했는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은 필요하단다. 박지성은 지도자가 아닌 행정가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학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박지성은 "축구 선수와는 다른 삶을 살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학교를 다니거나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금씩 지식을 쌓으면 나중에는 한국 축구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박지성이 걸었던, 걸어야 할 길은 곧 한국 축구의 역사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4 PSV 아인트호벤 코리아투어 2차전 경남 FC와의 경기가 2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렸다. 경기 전 귀빈으로 참석한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 박지성이 아버지와 악수를 나누며 웃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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