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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클래식 후반기 '태풍의 눈', 이유는 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5-19 07:29


2014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FC서울의 박희성이 팀의 첫번째 골을 오버헤드 킥으로 성공시키고 있다.
상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5.18/

그라운드는 전장이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치아는 성한 곳이 없다.

성남전을 앞둔 16일에는 치과 치료를 받았다. "얼마나 어금니를 꽉 깨물었으면 남아 나는 이가 없다. 마우스피스라도 껴야할 판"이라며 웃었다. 2승3무6패(승점 9), 11위, 서울과는 어울리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현실이었다. "편한 것은 사치다. 압박과 부담감이 있지만 선수들앞에서 티를 못 낸다. 미치겠다." 감독의 하소연이었다.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이 드디어 비상을 시작했다. 월드컵 휴식기가 야속할 정도로 상승세를 탔다. 14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를 누르고 2년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오른 서울이 18일 두 번째 고개도 넘었다. ACL 16강전으로 연기된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였다. 홈으로 불러들인 성남FC를 1대0으로 물리쳤다.

그러나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성남은 경기 초반부터 밀집수비로 뒷문을 잠궜다. 골키퍼 박준혁의 지연 플레이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도, 해도 너무할 만큼 팬들의 눈은 안중에도 없었다. 서울의 파상공세가 이어졌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최 감독은 후반 18분 부진한 에스쿠데로를 빼고 1m88의 스트라이커 박희성을 투입했다. 후반 40분 기다리던 결승골이 터졌다. 박희성이었다. 차두리의 로빙 크로스를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마무리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서울은 9위(승점 12)로 올라섰다.

최 감독은 가와사키, 성남과의 2연전을 앞두고 "자칫 잘못됐을 때는 걷잡을 수 없는 어둠으로 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후반기 클래식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왜 태풍의 눈일까

최 감독은 시즌 개막과 함께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무승의 늪에 빠지면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다시 스리백이 자리잡았다.

클래식이 전부가 아니었다. ACL이 반전의 불씨였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서울은 16강을 넘어 8강에 안착했다. 스리백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클래식에서는 제주, 수원에 이어 성남을 꺾었다. 3무6패의 한꺼풀을 벗기면 또 다른 얘기다. 강호 포항에 0대1로 패했지만 내용은 압도했다. 전북과는 1대1로 비겼다. 울산 원정에선 1대2로 패했지만 오심에 울었다. 12라운드 현재 포항(승점 25), 전북(승점 21·골득실 +6), 제주(승점 21·골득실 +1)가 1~3위, 울산은 5위(승점 19)다. 4위 전남(승점 20)에는 개막전에서 격돌해 페널티킥골을 허용, 분루를 삼켰다.


문제는 단 하나, 골결정력 부족이었다. 서울은 12라운드에서 7골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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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은 걷혔다. 서울은 월드컵 후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다. 재활훈련 중인 몰리나가 복귀한다. 몇몇 포지션도 수술을 할 예정이다. ACL은 물론 클래식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최 감독은 이날 "전반기에 많은 일이 있었다.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휴식기를 잘 준비해서 후반기에는 서울다운 경기를 하고 싶다"며 "휴식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단단한 조직력을 만들 것이다. 전반기에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후반기서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도록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몰리나는 지금 상당히 의욕을 보이고 있고 컨디션도 올라왔다. 한태유도 회복하고 있다. 가능성 보인 윤주태도 회복할 것이다. 진정한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승리에 대한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복귀하면 전반기때 지적받은 마지막 마무리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체사진에 얽힌 일화

서울은 성남전을 앞두고 선수단 단체사진을 찍었다. 2011년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선수단 전원이 카메라 앞에 섰다. 깜짝 쇼가 있었다. 박희성만 선글라스를 끼고 찍었다. 최 감독이 연출한 진풍경이었다.

지난해 서울에 입단한 박희성의 미완의 대기다. 고려대 재학 시절, '고대 앙리'로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터질 듯, 터질 듯했지만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올시즌 4경기 출전에 불과하다. 최 감독은 스트라이커의 활약이 절실했다. 활달한 박희성은 분위기메이커다. 그래서 선글라스를 안겼다. 믿음이 시저스킥을 낳았다.

최 감독은 "며칠전에 단체사진을 다시 찍었다. 새로운 마음을 갖자는 의도였다. 훈련중에 가끔 쓰고 나오는 선글라스를 희성이에게 줬다. 그래서 쓰고 찍으라고 했다. 그 때 그런 기운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상대 중앙 수비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가고 있는 가운데 지쳐있는 에스쿠데로 대신 희성이를 투입했다. 희성이는 훈련장에서 경쟁 속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늘 득점은 위치선정도 좋았고 본인의 닉네임에 맞는 멋진 골을 넣었다. 본인의 진정한 게임이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서울이 클래식 전반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월드컵 후가 더 기대되는 서울이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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