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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승 내달린' 강원, 알툴 감독이 옳았다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5-16 09:42


사진제공=강원FC

5라운드까지 1무 4패를 당했다. 3골을 넣고 10골을 내줬다. K리그클래식 출신 팀이 K리그챌린지 최하위로 추락하자, 알툴 감독의 능력에 의구심을 표한 이도 있었다. 그는 담담히 "5라운드 이후부터 지켜봐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윽고 6라운드, 강원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수원-충주-광주-고양전 승리에 홍익대와의 FA컵 32강전까지 포함하면 어느덧 5연승이다. 10개팀 중 10위까지 곤두박질쳤던 순위는 단숨에 2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어떻게 정확히 예측했느냐는 질문에 백발 무성한 감독이 너스레를 떤다. "뭐, 경험에서 나온 거다".

1라운드부터 처참히 깨졌다. 홈 개막전에서 안산 경찰청에 0-3으로 완패한 알툴 감독은 "크게 걱정은 안한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마냥 마음이 편했던 건 아니다. 상대 팀 분석은 강원 선수들을 파악하고 팀을 건설하는 것, 그 이상으로 고된 작업이었다. 그럴수록 더 독하게 공부했다. 지난 3월 고양의 홈 개막전(3/22, 안양전)을 찾아 상대를 관찰한 그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경기 비디오를 서른 번이나 돌려봤다. 고양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슈팅하는지를 하루 종일 지켜봤다. "다른 감독이 한국 선수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지만, 난 이제야 관찰해서 분석을 마쳐가는 상태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3연패 포함 1무 4패에 빠진 상황에서도 선수들에게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말보다는 꾸준한 훈련으로 팀을 바꾸려 노력했다. 효과는 한 달 뒤 나타난다. 수원전 이후 강원이 기록한 연승은 모두 역전으로 일궈낸 성과였다. 홍익대-충주-광주전에서 매번 선제골을 내주고 추격과 뒤집기에 성공했다. 백미는 고양전이었다. 두 골을 먼저 내준 뒤에도 세 골을 퍼붓는 저력은 팀이 확실히 변했다는 방증이었다. 팀 창단부터 6년째 지켜봐 온 강원은 앞선 상황에서도 쫓기는 플레이를 하고, 선제 실점을 한 뒤엔 폭삭 주저앉기 쉬운 팀이었다. 그랬던 팀이 2실점 뒤에도 동요 없이 뚝심 있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술적인 변화도 시도한다. 최진호의 고양전 해트트릭도 알툴 감독의 작품이었다. 김학범, 김용갑 체제를 거친 이 선수의 역할은 측면에 한정돼 있었다. 득점-도움 등 스탯상 좋은 모습은 보였지만, 볼 컨트롤의 안정감이 떨어져 실수가 잦기도 했다. 알툴 감독은 4-2-2-2 시스템 중 수비형 미드필더 바로 위에 배치했던 이 선수를 앞쪽으로 올려 중앙에서 뛰게 한다. 변화는 놀라웠다. 최진호는 그 좁은 상대 수비 진영에서도 부드럽게 볼을 잡아뒀고, 빠르게 가져간 슈팅 타이밍으로 골까지 뽑아냈다. 이에 알툴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영리하다. 믿고 새로운 것을 맡겼으면 좋겠다."라는 뼈 있는 말도 남겼다.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지난 3월 홈 개막전 안산전에서 '30%'라고 평했던 팀 전력을 4월 중순 부천전에서는 '60%'로 표현했다. 이후 5승 1무 1패를 기록했으나, 안일함 대신 팀을 더 세차게 채찍질했다. "아직 61%다."라고 말한 알툴 감독은 "훈련에서 준비한 패턴을 실전에서도 100% 유지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라며 더 완성도 높은 경기를 원했다. 선수들과의 스스럼없는 사이를 유지하며 신뢰를 얻었고, 확고한 전술 철학을 전파하며 승리를 얻고 있음에도 단호했다. "선수들의 믿음이 강해졌음을 느낀다. 침착하게 한 단계씩 올라가면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는 팀이다."라고 그는 답한다.

이동상의 거리도 걱정이다. 강원은 홈 경기마다 강릉 소재의 숙소에서 원주와 춘천(야간 경기 예정)을 오가고 있다. 알툴 감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다. 선수들이 로봇이 아니기에 지칠 수밖에 없다."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철저한 준비를 거치고 있다. 선발로 나설 11명만이 아닌 1, 2군의 훈련을 똑같이 진행하며 아직 경기에 뛰지 못한 이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여름에 접어들어 체력적 부담이 급증했을 때, 또 다른 선수가 팀을 구해내리란 기대에서다. "26년간 감독을 맡았고, 경험을 많이 했다."던 알툴 감독이 강원을 바꿔놓고 있다. 5연승이란 성적으로 본인이 옳았음을 증명해가는 과정, 그를 믿어도 좋을 듯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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