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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다움>전북다움', ACL 8강을 가르다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4-05-14 09:46



K리그클래식-FA컵을 동시에 석권한 포항은 또다시 투자의 어려움을 겪었다. 몇몇 노장을 내보냈음은 물론, 올해도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시즌을 맞았다. 이철근 단장-최강희 감독이 재결합한 전북은 지갑을 열어젖혔다. 타팀 감독들이 군침 흘릴 알짜 자원을 영입해 아시아 정상을 조준했다. 판이한 길을 걸어온 두 팀이기에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이 갖는 의미는 더 컸다. 결과는 전북의 탈락. 13일 밤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차전에서 1-0으로 패한 전북은 1, 2차전 합계 1-3으로 ACL 도전을 마쳤다.

전반 6분 만에 내준 결승골은 '포항다움' 그 자체였다. 포항은 볼을 좌우로 돌리며 수비 전형을 흔든다. 순수 측면에서 승부를 걸려는 게 아니었다. 측면으로 흐른 볼이 전북의 중앙 수비 앞으로 빠르게 재진입할 때, 상대의 무게 중심은 일순간에 기울 수 있었다. 이 위치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볼을 받은 선수가 투 터치 이내로 패스를 제공하는 게 포항의 수법. 여기에 중앙 수비 사이를 직선으로 파고드는 김승대의 움직임은 더없이 치명적이었다. 상대의 수비 분담 체계를 먹통으로 만든 뒤 페널티박스 안에서 보인 침착함엔 결점이 없었다. 리그 기준 14개의 슈팅으로 7골을 뽑아낸 성공률에 포항의 득점 공식이 완성됐다.

시작부터 주춤한 전북은 허리 싸움에서 고전한다. 중원에서 밀려난 탓에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내려간 뒤에야 볼 소유권을 뺏어올 수 있었다. 상대 골문을 향해 공격 전환을 시도할 때엔 중앙선 아래에만 6~7명이 있다. 이재성, 한교원까지 수비에 가담했기에 전진 패스로써 템포를 급히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찬찬히 빌드업을 시작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측면 수비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공격을 하는 듯해도 맹렬히 몰아붙이지 못한 데엔 이 진영의 결함이 컸다. 겨우내 한교원, 이승렬, 김인성 등 윙어 수집에 열을 올렸음에도 측면에서 나왔던 '전북다운' 리듬감, 한창때의 파괴력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기댈 수 있는 건 이동국의 플레이메이킹뿐이었다.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의 짐을 떠안은 이 선수는 포항 중원과 싸우며 쉼 없이 패스를 뿌렸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폭넓게 움직이며 연계를 만드는 이동국의 능력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아래로 내려와 뛰는 시간대가 긴 만큼 중앙선 언저리에서 파울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팀의 주포가 상대 골문으로부터 멀어져 창조적인 역할을 맡는 건 팀 전체적으로는 손해였다. 최전방에서 볼을 부드럽게 잡아놓고, 곧장 유효 슈팅으로 연결할 만한 공격수가 딱히 없을 때 문제는 더 심각했다. 득실차가 중요했던 이번 경기에선 이동국을 지탱할 완벽한 2선이 절실했다.

미드필더가 폭삭 주저앉기까지 한다. 포항의 격렬한 중원에 눌린 1차전을 의식한 듯 전북은 이명주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최보경vs이명주' 대결은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고, 전반 35분에 나온 최보경의 퇴장에 최 감독의 수는 완전히 뒤틀린다. 이후 중앙선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김승대, 이명주, 그리고 손준호-김태수가 형성하는 블록에 걸리면 곧장 4vs4, 5vs5 정도의 불리한 수적 싸움을 해야 했다. 뒤에 공간을 두고 후퇴하는 그림이기에 패스와 스피드를 주무기로 한 포항엔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었다. 정혁이 아무리 잘해줘도 홀로 싸우는 건 불가능했다. 파이터형으로 '싸움닭' 역할을 해줄 정훈의 전역일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시즌 전체를 두고 봤을 때 전북이 살아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K리그클래식 우승도, FA컵 우승도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엔 '전북다움'을 되찾는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달려있다. 이동국 정도만 제외하면 2011 시즌과는 멤버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의 능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현재. 월드컵 휴식기 동안 팀을 어떻게 만들어 나올지 지켜보고 싶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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