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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전은 치열한 승부의 재미를 더해주는 '약방에 감초'다.
두 구단 모두 할말이 있었다. 전북은 5월1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황금연휴'에, 전주국제영화제기간까지 겹쳐 숙소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했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하루 전에 포항이 전주에 올것으로 예상하고 ACL 원정팀이 숙소로 쓰는 군산의 호텔을 5일만 예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항의 일정은 달랐다. 포항은 3일 성남과의 원정경기가 끝난 뒤 바로 전주에 짐을 풀고 16강에 대비했다. AFC 규정상 경기전 이틀 숙박과 경기 당일 숙박까지 총 3박4일의 비용을 홈팀이 부담해야 한다. 여기서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포항 관계자는 "해외팀의 경우 경기가 끝난 뒤 하루 더 자고 가니깐 3박 4일을 머물게 된다. 우리는 경기가 끝난 뒤 바로 포항으로 이동하니 전북에서 하루 더 묶는게 가능하지 않나"라고 했다. 반면 전북의 입장은 달랐다. "경기 이틀전부터 숙박을 책임지게 되어 있으니 포항이 하루 더 묶는 비용은 포항이 지불해야 한다." 이어 전북 구단은 "2006년 울산과 4강에서 대결을 펼칠 당시 두 구단이 홈 앤드 어웨이 비용을 각자 부담하기로 했었다. 이번에 포항이 먼저 AFC 규정대로 하자고 했으니 우리는 규정에 따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포항은 3일 하룻동안 유성에 머무는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했다. 이동 거리에 따른 부담도 가중됐다. 포항은 경기전날 열리는 공식 기자회견과 훈련을 위해 유성-전주를 왕복해야 했다. 황금연휴가 껴 있어 교통 체중을 피할 수 없었다. 편도 40분의 이동시간이 1시간 20분으로 늘어났다. 왕복 2시간 30분이 걸렸다. 포항 코칭스태프의 입이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13일 포항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포항이 전북에 '복수'를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북 관계자는 "우리는 포항과 달리 경기 하루 전에 포항에 갈 예정이다. 추가 숙박은 물론 없다"고 밝혔다. 동서를 대표하는 강팀인 전북과 포항의 신경전, 지난해 FA컵 결승에 이어 ACL 16강 1차전까지 구단 간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K-리그에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훈훈한 이야기이든, 신경전이든 구단 사이에 생기는 스토리는 축구 흥행을 위해 충분히 반길 만한 일이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