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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를 쓰러뜨린 건 '상대의 측면 뒷공간 침투'였다. 티아고의 패스를 향해 뛰어든 후안 프란, 이 두 번의 패턴에 에쉴리콜도, 아스필리쿠에타도 당했다. 1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첼시가 AT 마드리드(AT)에 1-3으로 완패했다. 4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무리뉴는 이번에도 결승의 문에 노크만 하다 끝났다.
시메오네는 엉덩이를 뒤로 빼는 타입이 아니었다. 티아고-수아레즈를 기준으로 코케와 투란이 좁혀와 공격을 만들었다. 하지만 첼시의 수비 역시 빈틈이 없었고, 최종 수비라인에 도달하기 전에 볼 소유권을 빼앗기곤 한다. 첼시의 가장 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공격이 끊긴 AT는 전진한 라인을 유지하며 중앙선 너머에서 첫 압박을 시도했다. 주로 다비드루이스-하미레스가 시작한 빌드업은 기회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좌우의 스피드를 살려볼 법도 했으나(특히 아자르가 아쉽다), 상대 수비에게 잡혀 있는 윌리안 쪽으로 패스가 몰려 최적의 루트를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제골을 먼저 뽑아냈다. 상대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며 플레이하는 시간이 짧았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윌리안이 횡적인 움직임으로써 공간을 잘라 들어간 것이 주효했고, 상대 수비 두 명과 경합해 이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전반 36분, 아스필리쿠에타의 크로스가 토레스에게 연결되며 첫 골이 나왔다. 원톱 아래 공격형 미드필더는 중앙 수비 라인 앞에서 볼을 잡는 것이 확실히 바람직했고, 2선이 살아야 비로소 토레스가 갱생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P.루이스가 아스필리쿠에타에게 붙잡힌 상황, 왼쪽 측면 수비와 중앙 수비 사이 공간을 찌른 윌리안의 부지런함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
경기 양상이 변할 수 있었다. AT는 무조건 골이 필요했고, 첼시는 방패를 치켜 세우며 추가골을 노릴 법했다. 하지만 무리뉴의 수비 태세가 발령되기도 전에 '버스 두 대'로 비유됐던 수비벽이 뚫리고 만다. 선제골이 터진 '전반 36분'은 수비적으로 걸어 잠그는 등 경기 성격에 변화를 주기엔 상당히 애매한 시간대였다. '제라드의 실수→뎀바바 골→곧바로 하프타임→본격적인 버스 주차'로 이어진 리버풀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AT는 오른쪽 측면 수비가 꾸준히 높은 선을 유지하고 있었고, 상대 뒷공간(②, 삽화 참고)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티아고의 로빙 패스와 후안 프란의 연결은 아드리안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누적 스코어 1-1, 한 점이 더 필요했던 첼시는 에투 카드를 꺼낸다. "좁은 공간에서는 토레스보다 에투가 더 낫다."는 무리뉴의 과거 인터뷰를 통해 봤을 때, 두 공격수를 활용해 밀집된 사이 공간-헐거운 뒷공간을 동시에 노린 것으로 보였다. 에쉴리콜을 빼면서 아스필리쿠에타가 내려오고, 윌리안을 오른쪽으로 돌리는 대대적인 수술이 따랐다. 하지만 힘껏 내던진 '에투 부메랑'은 투입 5분 만에 무리뉴에게 되돌아와 치명상을 입힌다. 후반 13분, 페널티박스 내에서 저지른 파울에 에투는 고개를 떨궜다. 이전까지 0골-0도움, 슈팅 2회-짜증 12회로 고전했던 코스타의 기만 살려준 꼴이 됐다.
AT는 물러서지 않았다. 티아고는 또 한 번 측면 수비 뒷공간으로 볼을 보내 첼시를 완전히 함락했다. 상대 수비 등 뒤로 돌아나가는 후안 프란의 움직임엔 자비가 없었다. 딱 들어맞는 쇄도 타이밍에 오프사이드 트랩은 무용지물이었고, 달려드는 속도까지 붙어 에쉴리콜이나 아스필리쿠에타가 뒷공간 침투를 인지할 즈음엔 이미 다음 동작이 나왔다. 설상가상 측면 크로스를 대하는 첼시의 수비력이 썩 좋지도 않았다. 후반 26분 투란의 마지막 골이 쐐기를 박은 순간, 무리뉴의 통산 세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은 또 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