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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세월호 애도 동참 물결, 韓 대지진 후원 잊지 않았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5-01 09:34


◇사진캡쳐=사간도스 구단 공식 트위터

지난해 7월 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시뻘건 태양에서 퍼져 나아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전범기(욱일기)가 푸른 물결 속에 펄럭였다. 이를 제지하려는 관계자들과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A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초상과 함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명언을 걸며 맞섰다. '가깝고도 먼 이웃'인 한국-일본 간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경기장 한켠에선 의미 있는 걸개가 걸렸다. 한 팬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한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만들어 건 것이었다. 걸개에는 '지원에 감사합니다. 일본은 희망을 품으며 전진하고 있습니다'라는 한글 문구와 함께 한국과 일본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옷의 팔의 악수 장면, 붉은 종이학이 그러져 있었다. 종이학은 일본 고대부터 내려오는 민간풍습으로 소중한 사람에게 하는 선물의 의미와 함께, 누군가 병들때 천 마리 학을 접으며 소원을 빌면 병이 낫는다는 뜻도 깃들어 있다.

아베 정권의 망언과 극우 행보로 한-일 관계는 3년 전보다 더욱 차가워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애도 분향소를 찾았으나,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불신의 골이 깊다.

일본 한켠에선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염원하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본 J-리그 사간도스는 지난 29일 히로시마와의 홈 경기에서 실시한 '한국 여객선 사고에 대한 모금 활동'에서 12만9336엔(약 130만원)이 모금됐다고 발표했다. 사간도스 측은 '많은 분들에게 축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며 모금액과 함께 축구용품 기증 의사도 밝히고 있다. 사간도스는 윤정환 감독의 지도 아래 오랜 J2(2부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1부로 승격한 지 3시즌 째를 맞고 있다. 올 시즌에도 4명의 외국인 쿼터를 모두 한국 선수(김민혁 김민우 최성근 여성혜)로 채울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

사간도스 뿐만이 아니다. 일본 축구계 내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선수들의 뜻을 존중하면서 세월호 애도에 동참하는 팀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J2 교토상가와 에히메 선수 및 코칭스태프 전원이 검은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양 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선수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각 소속팀에 검은 완장 착용을 제의했고, 팀에서는 이를 혼쾌히 받아들였다.

세계 각지에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분담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지원에 감사합니다. 한국은 희망을 품으며 전진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야 하지 않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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