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이 막을 올렸다.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둔 전남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3.08/
2014년은 월드컵의 해다. 6월부터 브라질에서 최대의 축구 축제가 벌어진다. 3월 5~6일 이틀간 전세계에서 A매치의 향연이 펼쳐졌다. 한국은 그리스를 상대로 치른 월드컵 최종 모의고사에서 2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전세계 그라운드가 뜨거웠다. 월드컵 프리미엄이다.
예외인 곳이 있었다. 12개팀이 2014년 첫 출발을 알린 K-리그 클래식 개막전. 팬들의 외면을 받은 클래식 경기장은 날씨만큼이나 차가웠다. 전국 6개 도시에서 열린 개막전 6경기중 한 경기장도 2만명 관중을 채우지 못했다. 총 6개 경기장에 7만9488명이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1만3248명이다.
8일 열린 클래식 개막전 3경기. 포항과 서울, 전주에 4만5488명의 관중이 모였다. 세 팀은 K-리그 흥행을 이끌고 있는 '리딩 구단'이다. 특히 서울은 그동안 개막전 특수를 톡톡히 누려왔다. 2011년 수원과의 '슈퍼매치'로 열린 개막전에 5만1606명의 구름 관중이 운집해 역대 개막전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2위 기록도 서울(2004년 4만7928명,vs부산)이 갖고 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1만3674명만이 서울의 개막전을 즐겼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수인 1만6607명에도 못미치는 '흥행 참패'다. 지난시즌 2관왕을 달성한 포항의 스틸야드에도 만원관중은 없었다. '동해안 더비' 포항-울산전은 개막전 최고 흥행카드였다. 지난시즌 클래식 최종전에서 두 팀의 운명이 엇갈렸다.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을 넣은 포항이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포항 구단은 개막전부터 흥행몰이에 '올인'했다. 2000년 이후 14년 만에 개막전 만원 관중을 노렸다.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1만 6127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폭풍 영입'을 단행한 전북도 아쉬운 결과물을 내 놓았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통해 올시즌 클래식 '절대 1강'으로 꼽힌 전북은 내심 2만 관중을 기대했다. 부산과의 개막전에 들어찬 인원은 1만5687명이었다.
9일에 열린 개막전 3경기에도 개막 특수는 없었다. 이차만 경남 감독과 박종환 성남 감독의 '할배 더비'로 관심을 모은 경남-성남전에 1만943명이 들어찼다. 2013년 챌린지 우승 및 승격으로 클래식 무대를 다시 밟은 상주에는 646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상주가 K-리그에 첫 발을 내딪은 2011년 평균 관중 8440명에도 못미쳤다. 올시즌 전력을 재정비한 제주와 '인기 구단' 수원의 매치업도 흥행 카드 중 하나였지만 2만명을 못 넘겼다. 1만6588명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특히 같은날 오후 7시부터 열린 제주 최대의 축제 '들불 축제'가 축구 축제의 걸림돌이 됐다. 들불축제가 참가하기 위해 일부 관중들이 경기 중 관중석을 빠져나가는 장면도 연출됐다. 1만6588명의 관중수는 '허수'에 불과했다. 지난해부터 프로축구연맹이 실행한 '실관중 집계'로 인해 관중수는 2012년에 비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를 감안해도 개막전 프리미엄이 너무 약했다. 축구 열기가 정점을 찍어야 할 월드컵의 해에 남긴 초라한 현주소다.
흥행 참패는 K-리그의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해외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 3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데얀(장쑤)과 하대성(베이징, 이상 전 FC서울), 박종우(광저우 부리, 전 부산) 등이 한국 무대를 떠났다. 스타 플레이어 유출로 인한 떨어진 관심이 개막전 흥행 실패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일본의 J-리그는 스타 플레이어의 영입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한 디에고 포를란이 흥행 돌풍을 이끌고 있다. 세레소 오사카는 히로시마와의 개막전에 3만7079명의 관중을 모았다. 1993년 J-리그 원년 개막전 최다관중기록(3만7860명)과 불과 700명 차이였다.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에 비가 내린 악재를 극복하고 거둔 성과다. 가까운 '이웃나라' 한국과 일본의 프로 축구 무대에서 스타 플레이어 효과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월드컵의 해인 2014년, K-리그의 흥행에 빨간불이 일찌감치 켜졌다. 한국 축구의 젖줄인 K-리그가 팬들의 외면을 받는 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영광을 발판으로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노리고 있는 홍명보호의 근간이 K-리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K-리그를 향해 다시 한 번 눈길을 돌려보자. 그라운드 못지 않은 뜨거운 관중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