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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선에 성 정체성 문제제기는 전형적인 성희롱이다."
6개 구단 감독들은 지난해 11월 감독자 회의에서 박은선의 출전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2013년 12월 31일까지 출전여부를 정확히 판정하여 주지 않을시 서울시청팀을 제외한 실업 6개 구단은 2014년도 시즌을 모두 출전거부한다는 의견'이라는 회의록이 공개됐다. 회의 간사 역할을 해던 이성균 수원FMC 감독은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고양대교 감독도 성적부진 등의 이유로 사임해, 현재 이 사건 관련자는 인천 현대제철, 부산 상무, 전북KSPO, 충북 스포츠토토 등 4개 구단 감독이다. 서울시청 측은 즉각 대응했다. "논란의 여지 없이 여성인 박은선에 대해 여성이 아니라며 성별 진단을 요구한 것은 인권침해이자 언어적 성희롱"이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한 후 세달 넘게 국가의 판단을 기다려왔다.
성별 진단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진 감독들은 "감독 모임에서 성별진단을 요구하자고 얘기한 적이 없다. 탁월한 선수를 왜 여자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연맹이 판정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인권위는 '출전자격 판단 요구'가 결국 '성별진단 요구'와 다르지 않다고 봤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피진정인들의 대화 의미는 의학적 방법으로 해당 선수가 남성이지 여성인지 명확하게 판단해달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들이 해당 선수의 성별 진단을 요구한 것으로 인정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선수 본인이 성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반 평균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도 '성별 진단' 발언에 대해 성적 굴욕감과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피진정인들이 성별진단을 요구해 논란을 야기한 것은 결과적으로 성희롱 행위를 한 것이며 해당 선수도 훈련 참가가 꺼려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성희롱 사건의 피해 특성과 일치한다"고 명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